경제·금융

국산차를 믿자/오재응 한양대 교수·자동차공학(특별기고)

◎내수·수출용 동일라인 제작 품질도 동일자동차 기술의 발전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기술은 4반세기 겨우 넘는 경험속에 발전해 왔다. 자동차 기술의 선진국 진입이라는 기치아래 현재 우리 나라의 생산규모는 세계 5위다. 이런 규모에 맞게 우리 자동차기술문화도 상당한 진보를 해왔다. 그렇지만 우리 것에 대한 경시풍조가 만연돼 있는게 현실이다. 기술문화는 기술원리(Principle of Technology)와 기술철학(Philosophy of Technology), 기술전문화(Professional of Technology)등 「3P」가 이루어져야만 G7국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기술분야 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등 어느분야에서나 앞서 언급한 3P에 입각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국산차의 품질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한다. 우리는 대부분 국산차의 품질수준에 의문을 갖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국산차와 외국차는 다르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자동차메이커들은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고 속시원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필자 역시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 자동차업체와 방송사에서 이에대한 측정을 주관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평소의 의구심을 해소할 좋은 기회라 싶어 이 요구에 응하되 내가 원하는 시험과 요구조건을 제시, 그것을 약속받고 시험에 나섰다. 첫째, 내수용과 수출용 조립라인이 같은지에 대한 확인이었다. 내가 방문한 H사는 내수용과 수출용이 같은 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북미 등 혹한지역에서 요구한 아연도금 강판을 채용한게 달랐다. 둘째, 아연 도금된 북미수출용 강판과 내수용 강판은 강도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시험을 해보았다. 인장강도시험을 해본 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연 도금한 강판을 사용할 경우 차량 1대당 2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었다. 셋째, 소비자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강판두께의 차이점이었다. 역시 시험을 통해 알아보았다. 엔진덮개와 전면의 프레임 두께에 대해 내수용 차와 수출용 차를 놓고 측정했다. 차이가 없었다. 이밖에 금형이 다른가 하는 점도 조사해 보았다. 자동차 문짝이나, 지붕, 바닥 등 여러 형태의 금형을 만드는데 금형제작비는 개당 보통 50억∼60억원이 소요된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수출과 내수용을 다르게 만든다는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금형을 만들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즉석에서 요구했고 이를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같은 금형으로 철판두께가 다른 것을 찍으면 철판이 찢어지는 등 불량품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결코 한개의 금형으로 두께가 다른 강판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자동차 안전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또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은 공급자인 자동차 회사가 지며 최근 자동차업체간에 심심찮게 벌어지는 안전도에 대한 싸움은 삼가야 할 것이다. 또 언론매체는 특종보다 국익을 생각하는 보도를 하고, 소비자들은 우리기술에 대한 관심과 신뢰, 우리 제품에 대한 사랑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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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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