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19일] 이븐 할둔


이븐 할둔(Ibn Khaldun). ‘역사서설’로 유명한 14세기 이슬람 학자다. 아놀드 토인비의 평가를 들어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서설에 무엇이 담겼기에. 역사서설은 14세의 관점으로 본 ‘강대국의 흥망’ 격이다. 할둔을 따라가 보자. ‘새로운 왕조의 힘은 수공업과 분업을 일으킨다. 인구가 늘면 총생산이 증가한다. 증가된 생산과 소득 속에 시장이 커진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성장이다. 성장이 정지되면 왕조가 약해지거나 붕괴한다. 이런 과정은 보통 서너 세대에 걸쳐 일어난다.’ 무엇과 비슷하다. 우선 ‘분업’부터 그렇다.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온 1776년보다 훨씬 이전에 분업과 산업화의 기본 개념을 파악한 셈이다. 할둔의 성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세기 경제학의 대가라는 콘트라티에프의 ‘경기순환론’조차 할둔과 비슷하다. 경제학의 발달은 할둔의 이론을 되새김하는 과정인 셈이다. 할둔은 어떻게 시대를 앞섰을까.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당시 이슬람문명이 서구를 압도했다는 점. 둘째는 ‘할둔’ 자신이 이방인이었다는 점이다. 할둔의 출생지는 스페인. 1332년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났으나 평생을 떠돌았다. 유럽의 스페인 아랍족 축출에 밀려 북아프리카까지 밀리며 평생 주류에 끼지 못했지만 저술활동으로 이름을 남겼다. 당대 최고의 정복자이자 ‘학살자’로 유명한 티무르조차 그의 학문에 감탄해 35일간 대화를 나눴다. 할둔이 눈을 감은 1406년 3월19일까지 일관한 합리적 사고와 역사에 대한 생각의 적통자는 아랍이 아니라 유럽. 스페인을 거쳐 네덜란드ㆍ영국이 이어받았다. 만약 할둔이 북아프리카에서 주류사회에 입성하고 학문을 이어갔다면 경제와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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