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당사자간의 줄다리기로 두 차례나 연기된 뒤 지난 23일 국회 재경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자산운용업법 통과 과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정부가 예고했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법안 통과 과정에서 로비설 등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법은 지난 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정부측의 혼선과 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3월과 6월 두 차례나 통과가 연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정ㆍ관계를 상대로 한 은행권과 투신권의 치열한 로비가 직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이 업계에 파다했다. 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한 직후 이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원안대로 결론이 나 큰 불만은 없다”면서도 “은행들의 자산운용 겸업을 허용했다는 것은 결국 은행들이 치열한 로비전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겠냐”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투신사들은 그 동안 은행들이 자회사를 분리하지 않은 채 겸업을 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었다.
이번 자산운용법 통과과정에 있어서 로비설이 가장 난무했던 것은 지난 22일 열린 공청회 과정에서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했던 투신ㆍ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사무수탁업계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사전에 치밀한 작업(?)를 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펀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펀드의 기준가를 의무적으로 일반 사무수탁회사에 강제 위탁하고, 사무수탁회사가 준법감시 업무까지 겸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재경위 소속 위원들이 노골적으로 동조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이날 공청회 직후 법안 통과 자체가 또 다시 연기돼 연내 자산운용법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투신업계의 모 인사는 “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어 사전에 로비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그렇더라도 일부 지엽적인 문제를 두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방적으로 편들기를 하는 것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물론 펀드기준가격 계산업무 등의 외부위탁 문제는 업계자율로 하기로 결정 났지만 이번 법안 통과 과정에서 불거진 일련의 잡음들은 여전히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풀지 않은 게 그 원인은 아닐까.
<김정곤기자(증권부)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