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권력의 3대 세습을 공식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변수는 더 증폭됐다. 북한의 권력 이양은 강성대국을 선포한 오는 2012년을 기점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더구나 2012년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ㆍ러시아의 대통령선거,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종료 등이 맞물려 있어 남북 당사자는 물론 주변 강대국의 권력재편 시점이다. 한반도 주변의 정세 불안 요인이 더욱 커진다는 것인데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치밀한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다만 대북정책을 놓고서는 전략ㆍ전술에서는 사뭇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섣부른 변화보다는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한 뒤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첫 번째. 북한의 3대 세습이 공식화됐다고 해서 섣부른 대북 정책 변화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대북정책의 일관된 원칙을 추진해야 하고 정책의 목표가 북한의 악행 교정을 의도했다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북한 권력의 변동 상황을 조용히 관찰하면서 대책을 세워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은 우리 정부 당국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권력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그 어떤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고 북한이 핵이나 대외개방정책에 대해 그 어떤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이 정책변화를 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문제연구소 소장은 "북핵 폐기나 북한의 질적 변화를 당장 기대하기 힘든 만큼 원칙에서 벗어난 정부의 대응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정책의 수정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했던 대북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되레 그간 쌓아왔던 남북관계의 성과를 무위로 돌렸을 뿐더러 북한 핵 문제는 더 악화됐고 천안함 사건으로 나타나듯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귀결됐다는 문제의식이 묻어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대북정책을 포용정책으로 전환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의 권력 이양 자체가 상당한 변수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변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비핵개방 3000은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포기와 개혁개방이 전제돼야 이행가능한 구조"라면서 "남북관계 중단을 통해 버릇을 고치겠다는 무대책의 감성론적 강경책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의 지속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북관계에서 평화체제 유지와 평화적 통일 지향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북한의 굴복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북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수립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미세한 시각차이는 있지만 적극적인 대북유화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며 "통일세 준비 등도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너무 소극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극적으로 북한의 산업구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 플랜을 만들고 중국처럼 북한의 개방 개혁을 우리가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도 "2012년까지 만들어질 북한의 새로운 정권은 그 시점의 등장한 미국ㆍ중국 정권과 새롭게 딜을 시작 할 가능이 있다. 그렇게 되면 2012년부터 다시 남북관계는 장기전으로 넘어갈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갖고 비전을 만들어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