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12월 11일] 그리스·EU, 재정적자 공동 해결을

그리스의 고전에서 주인공들은 신의 뜻을 거역하다가 파멸을 맞곤 한다. 그리스는 국가채무 문제에서 비슷한 거만함을 보였다. 국가의 채무장부를 조작해 시장과 유럽연합(EU)을 속인 것이다. 새로이 들어선 사회당 정부는 지금 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전 정부의 재정수지 조작 혐의를 공개적으로 드러냈어야 했다. 두바이 사태 이후 그리스 등 재정적자가 심각한 나라들에 대한 온갖 소문이 무성하다. 그리스 국채 2년물의 수익률은 한달 동안 80bp(1bp=0.01%포인트)나 치솟았다. 객관적으로 그리스의 채무상황은 두바이와 직접 비교 당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스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5%를 차지하고 공공부채는 113%나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의 채무감소는 쉽지는 않더라도 실현가능한 목표다. 지난해에 GDP의 4.6%가 사용된 채무상환 비용은 고통스럽더라도 감당해야 한다. 그리스는 미결제 채무(총 250억유로)를 갚기 위해 내년에도 빚을 내야겠지만 국채 2년물의 수익률이 아직 3.14% 정도여서 자금조달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움직임 때문에 불거졌다.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신용사는 재정악화 흐름을 극복하려는 그리스 정부의 대응과 능력이 부족한 점에 주안점을 뒀다. 그리스가 재정수지 회복계획을 수립하기까지는 1년 정도가 남아 있다. 물론 그동안 EU와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이와 관련, 만약 EU 정책기구의 관계자들이 (재정상태가 불안한)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을 지금에 와서 비난한다면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재정적자 위험을 제거해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그리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유로존은 일정 부분의 피해를 흡수해야 하며 EU 금융권은 그리스의 기업들에도 지속적으로 신용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진짜 비극은 이번 일로 인해 EU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후보국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국들이 EU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회원국들보다 더 양호한 수준의 재정상태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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