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세력도 실종… 투자자들 국채 등 안전자산 눈돌려

"저가 매수 세력이 사라졌다." 글로벌 증시가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뉴욕 다우존스지수가 7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부진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를 매수 기회로 여기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다우존스지수는 최근 일주일 동안 무려 4.5%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지난 2일 발표된 6월 중 비(非)농업 부문 일자리 감소폭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지난주 금융시장을 짓누른 악재는 중국과 미국의 성장세 둔화지만 사실 더블딥 우려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재정위기에서 비롯됐다.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잇따라 재정긴축에 나서자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경제비관론자인 누비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엑상-프로방스 콘퍼런스에서 "유럽 각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 충격으로 유로존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망치(1%)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고 2010년 경제성장률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이 4,420억유로 규모의 1년짜리 대출 프로그램을 큰 무리 없이 중단해 유로존 은행들의 건전성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유로존 금융부실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ECB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실 국채 매입에 부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ECB는 역내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최근 몇 주일 동안 매입규모가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비롯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판 빌레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험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다시 치솟고 있다"면서 "이는 부실 은행과 기업들의 금융조달 비용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가 또다시 폭등하며 지난주 평균 30.12를 기록했다. 금융가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CG파트너는 향후 "VIX가 25~40에서 움직이며 과거 20년 동안의 평균치를 두 배 이상 웃돌 것"이라면서 "앞으로 수주 동안 30을 웃돌며 매우 변동성이 큰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으로 갈아타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급등했다. 지난주 미 달러 가치는 스위스 프랑에 대해 2.7% 하락했다. 스티브 버러 스탠더드은행 통화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관심이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미국의 성장률 저하 및 이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응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도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수개월간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독일·캐나다·미국 국채는 투자자들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위험성이 커졌지만 이를 투자기회로 판단하고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향후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중 한 상품인 '아이패스 S&P500VIX중기선물'의 경우지난달 30일 25%나 투자규모가 늘었다. 제이 페스트리첼리 TD아메리트레이드 이사는 "옵션에 투자해 변동성을 이용, 수익을 챙기려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