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국민을 위한 번영을 강화하고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해 FTA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과 달리 취임 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비준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미국 측이 먼저 우리가 수용 가능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미 FTA는 오는 6월30일로 체결된 지 2년이 되지만 비준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오마바 대통령 및 행정부가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준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주기를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14일 김 본부장과의 회담에서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비준 발효되겠지만 타이밍을 살피는 것이 좋겠다"고 밝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미국 측에서 볼 때 비준의 걸림돌은 의회 등이 문제삼고 있는 자동차 비관세 장벽과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이다. 자동차 문제는 미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상황진전이 없자 오히려 미국육류협회가 21일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며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 대신 한국 소비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비준을 응원하고 나섰다.
미국은 더 이상 뜸만 들일 것이 아니라 자유무역 정신에 부합하는 FTA의 비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육류협회가 한발 물러서면서 비준의 걸림돌이 돼온 쇠고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양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자유무역 의지를 거듭 확인함으로써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도 막을 수 있다.
이제는 양국이 비준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미 FTA보다 늦게 출발한 한국-유럽연합(EU) FTA가 오늘 타결돼 가서명할 것으로 알려져 발효도 한미 FTA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상호 수용 가능하고 양국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에서 쟁점을 매듭 짓고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