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자체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

골목까지 '덕지덕지' 도시미관 헤쳐<br>서울 자치구들 '벽파라치' 도입이어<br>용역업체들까지 동원 단속 총력전


택시기사 황모씨는 운전 중 길거리 전봇대에 걸린 국제결혼주선 현수막을 볼 때마다 언짢아진다. 황씨는 “‘외국인 신부를 쉽게 구해준다’는 둥의 문구는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싫다”며 “우리 집 앞 전봇대에도 걸려 있는데 확 떼어버리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아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에 사는 대학생 이모(24)씨는 아침 등굣길에 인상을 찌푸릴 때가 많다. 이씨는 “어제 붙었던 벽보는 밤새 너저분하게 찢겨나가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벽보가 붙어 있다”며 “길바닥에 온갖 전단이 뒹굴어 다니는데 환경공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불법 현수막ㆍ전단ㆍ벽보ㆍ입간판 등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부터 지방 소도시 주택가 골목에 이르기까지 불법 광고물이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서울시내 자치구들은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신고하는 벽파라치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단속을 위해 용역업체와 계약까지 맺는 등 불법 광고물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6일 각 자치구에 따르면 관악구는 최근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을 위해 관내 한국옥외광고업협회원들과 함께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보기에도 민망한 광고물과 현수막을 뜯어내고 특히 야간에 보도를 점령하는 불법 입간판과 에어라이트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은희호 광고물관리팀장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시민에 불편을 주는 불법 광고물 정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단속과 정비에는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 2월부터 용역업체를 통해 불법 광고물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강남구가 올해 들어 불법 광고물 설치업주에게 부과한 과태료는 146건에 5,760만원, 건물에서 떼어낸 이발소 안내 등 등 불법 돌출간판은 263개나 된다. 이문기 광고물정비팀장은 “불법 광고물 제작ㆍ배포업체들끼리 제작물량의 30%는 강남에 뿌려야 한다는 계약조건까지 달 정도로 관내에 뿌려지는 전단ㆍ벽보가 많다”며 “그래도 집중단속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는 관내 벽에 붙어 있거나 거리에 널려 있는 종이광고물을 수거해오는 만 19세 이상 구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벽보는 장당 50원, 명함 크기 전단은 장당 10원 등 크기에 따라 보상한다. 현수막은 순찰반과 공익요원을 내보내 수거하고 있다. 김영진 동대문구 건축과 주임은 “하루에 수십 개가 넘는 불법 현수막이 수거된다”며 “고압전선이 지나가는 전봇대에 걸어놓은 현수막을 떼어내는 일은 위험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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