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목서과의 활엽 관목으로 이른봄인 3월말께나 4월초에 4판화의 진노랑 꽃을 피워 1개월 정도 그 자태를 뽐내다가 지며 생명력이 매우 끈질긴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개나리가 활짝 피어난 응봉산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그 화사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담장이나 집터의 흔적과 세간들이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어 옛적 이 곳에서 살다가 다른 생활의 터전을 찾아 떠난 서민들이 남긴 아쉬움과 애환을 읽을 수 있다. 화사하게 피어난 개나리 꽃들이 누더기 집을 짓고 어렵게 살다 떠나간 그 사연들을 알고나 있는듯 애잔한 슬픔이 느껴지는 것이다.「개나리 우물가에 사랑찾는 개나리처녀 종달새가 울어울어 이팔청춘 봄이 가네 어허야 얼씨구 타는 가슴 요놈의 봄바람아 늘어진 버들가지 잡고서 탄식해도 낭군님 아니오고 서산에 해지네」 최숙자가 부른 「개나리처녀」의 한구절이다. 봄을 맞아 흠뻑 사랑에 들뜬 처녀가 석양에 해가 질 때까지 오지 않는 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 모습은 어쩌면 이른봄에 잠깐 피었다가 져버리고 마는 응봉산 개나리가 활짝 피면 우리는 이곳에서 개나리축제를 갖는다. 어렵던 시절 이곳에 살던 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한데 어우러 개나리같이 화사한 새로운 꿈과 희망을 다짐하는 한마당이다. 올해는 봄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꽃의 만개시기도 그만큼 빨라질 전망이어서 4월2일에 축제를 벌일 예정이다. 어렵던 시절에 이곳에 살았던 많은 분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이라도 한번 신명나게 추고 나면 IMF이후 즐거운 일이 별로 없어 마냥 답답하기만 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풀어지지나 않으련가. 이제는 세월의 연륜을 그만큼 더했을 그 분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