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전략물자 관리, 기업이 나설때

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과 지하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안인 1695호 및 1718호를 채택하고 모든 회원국에 이행을 촉구했다. 북한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물자 및 기술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회원국의 이행조치 사항으로 포함됐고 전략물자는 매스컴을 통해 일반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대량살상무기 및 관련 물자가 테러집단에 흘러드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국제평화를 도모하는 제도이다. 테러방지 위해 수출통제 필요 위반하면 징역ㆍ벌금ㆍ무역제한 등 다양한 제재가 부과돼 해당 기업은 도산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사실 전략물자 대부분이 전자ㆍ통신ㆍ항공 등 산업용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기업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올해 4월 미국 국무부는 전략물자인 자이로칩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보잉사에 1,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다행히 보잉사는 치명적 조치인 정부계약 금지는 면해 미국 우주 프로그램의 최대 공급업체로서 입지는 유지했다. 최근 100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해 수출통제 제도를 개선했는데, 이런 노력이 관계 당국에 긍정적인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9ㆍ11 테러를 기점으로 국제무역 환경은 국가안보 중시로 선회했다. 테러 방지에 일부 무역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신(新) 무역규범으로 정착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략물자 관리능력이 글로벌 무역시대의 기업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선진기업은 오래전부터 수출통제 이행을 국제평화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으로 인식했다. 또 사내에 별도 조직을 두고 전략물자를 스스로 통제하는 이른바 자율준수체제(CPㆍCompliance Program)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자율준수체제를 도입한 기업이 1,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물론 자율준수체제 도입에 기업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조지아대학은 2000년 전략물자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대규모 업체는 연간 63만달러, 중급규모는 5만달러, 소규모는 7만달러를 평균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진기업은 자율준수체제를 전략물자 관리의 효율적인 수단이자 주요한 경영자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전한 무역거래를 보장해 기업을 보호할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도 높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 수출에 연루됐을 경우에도 해당 기업은 각종 제재를 면하거나 제재경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 기업은 수출통제 초기단계로 그 이행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고 자율준수체제 도입도 더딘 상태다. 이런 연유로 불법 수출에 대한 기업 처벌도 국제적으로 관용됐다. 그러나 최근 경제규모만큼 높은 이행수준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어 혜택 아닌 혜택이 사라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유럽의 공인경제운영자(AEO), 미국의 신용고객(VEU) 등 수출통제 모범기업에 혜택을 주는 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해당 기업에 통관절차 간소화, 수출허가 면제 등을 부여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준다. 반면 각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불성실 기업에는 다양한 제재만이 기다리고 있다. 자율준수체제 적극 도입을 이런 변화는 얼핏 무역장해처럼 보이지만 뒤집으면 수출진흥의 좋은 기회다. 그래서 정부는 근래 수출통제 법령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업 부담도 줄여왔다. 인터넷 민원처리(www.yestrade.go.kr), 전략물자 무료 판정 등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으로 기업 친화적인 수출통제 인프라를 단기간에 갖췄다. 이제는 안보중심의 무역환경 속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도 수출통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자율준수체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선진 무역시장에 진입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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