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사불안이 경제 발목

정치ㆍ사회문제까지 쟁점화…상생 해법 못찾으면 낙오

최근 크게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가뜩이나 질곡 속에서 허우적대는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반기의 불법파업이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달하고 있으며 대기업 노조가 과다한게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사회적 이슈를 쟁점화하는 등 노사관계의 갈등구조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지난 6월에 집중파업을 시도했고 7월 이후에도 여수ㆍ여천 지역의 석유ㆍ정유ㆍ화학업체(여수공투본)ㆍ궤도연대ㆍ금속노조의 연대파업 등이 예상된다. 2002년 연간임금을 보면 한국 근로자가 1만8,324달러로 타이완의 1만3,287달러에 비해 38%나 높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 수준에 달하는 싱가포르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힘이 강한 대기업 노조가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기업이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 최고의 급여수준에도 불구하고 한미은행 노조는 씨티은행과의 합병을 구실로 10.7% 임금인상, 36개월분의 합병위로금 등 40여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파업을 통해 기본급 7만5,000원(6.2%) 인상, 경영목표 달성 성과급 및 격려금 300%, 생산성향상 장려금 100만원 등을 쟁취한 바 있다. 올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임금인상률은 타결인상률 1.5%, 실제인상률 4%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지난해의 경우 같은 기간 중 성과급 지급 등으로 임금이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액 임금인상률은 7~8%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의 적정 임금인상률 4.5~5%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과거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일본ㆍ싱가포르는 물론 동남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더 이상 임금인상률을 갖고 노사간 다툼이 없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연초에 임금인상은 보수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하는 것에 동의하고 연말에 그 기업이 이룬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생산성 또는 이익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을 하되 임금상승은 생산성이나 이익에 시차를 두며 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 디지털시대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노사관계가 문제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에 지나치리만큼 관심을 갖는 이유도 한국마저 없다면 ILO의 존립 자체가 힘든 상황인식 때문이라고 보여질 정도다. 국제경영개발원(IMD)에서 발표하는 2003년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30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올해 단체교섭의 특징은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 또는 민주노총이 주5일 근무제, 사회보험, 비정규직 보호,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등 개별 사업장 차원을 넘어선 정치ㆍ사회적 문제를 쟁점화해 그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오히려 개별기업의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을 자제해 노사간에 자율적 교섭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강성노조를 표방한 민주노총이 제도권인 국회에 진출한 것은 다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국회에 진출한 이상 노사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민주노총의 선택에 대해 방관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민주노총의 선택에 대한 입장이라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민노당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라는 점을 인지하기를 기대한다. 노사관계의 개선 없이는 고용창출도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회생도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재원교수jwk569@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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