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리딩뱅크 노조의 소모적 투쟁
조영훈 금융부 기자
조영훈 금융부 기자
강정원 국민은행장 내정자 선임을 놓고 13일 국민은행 3개 노조가 ‘공동’ 반대의사를 밝히는 집회를 가졌다. 금융가에서는 이를 두고 강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국민은행의 주요 과제인 ‘사내 통합’을 이끌어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노조가 강 내정자를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은행장후보추진위원회가 밀실에서 행장을 선임해서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강 내정자가 함량 미달이며, 관치에 의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3개 노조가 공동대응을 표명하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나선 것은 왠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융계의 환경이 그리 한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한국씨티은행 출범은 은행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메가톤’급 뉴스다.
신한은행은 ‘뉴뱅크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우리은행은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쟁 은행들은 금융권 변화에 맞춰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민감한 시기에 국민은행이 내부문제로 ‘표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의 대응논리도 옹색해 보인다. 강 내정자가 함량미달이라는 지적은 그의 화려한 금융계 이력에 비춰볼 때 어울리지 않는다. 행추위가 행장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사모’ 형태를 취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관치’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금융계는 다른 시각으로 노조의 반발을 바라보고 있다. 강 내정자가 지난 2000년 서울은행장 재임 시절 1,100여명에 달하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점을 우려해 노조측에서는 먼저 김정태 행장 재임기간에 이뤄지지 않았던 ‘구조조정’을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시작하지 못한 올해 임단협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자산 220조원, 종업원 3만명의 국민은행은 누가 뭐래도 한국 금융시장의 ‘리더’다. 하지만 가계대출 부실과 중소기업 자금난 등 은행권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자칫 노사문제는 리딩 뱅크의 위상을 뒤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소모적인 ‘투쟁’보다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리딩 뱅크’의 위상을 굳건히 하는 것이 국민은행의 최대 과제다. 노조도 강 내정자도 지금은 마찰보다는 타협을 통해 발전적인 미래를 확보해야 할 때다.
dubbcho@sed.co.kr
입력시간 : 2004-10-13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