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2월 18일] 시장의 먹잇감 되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으로 빠른 반등에 성공한 세계경제가 새해 들어 여러 가지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 고조, 중국의 긴축 소식, 미국의 출구전략 논의 등이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는 독일ㆍ프랑스 등이 해결에 나서면서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출구전략 논의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환수해 경기과열을 막으려는 것임을 고려하면 세계경제를 다시 위기에 빠뜨릴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최근 나타나는 일련의 움직임들은 정부 개입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케인스식 처방에 대한 '시장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 재정난 시장 신뢰 잃어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형 투자은행들의 지급불능 사태로 야기된 세계적 금융위기는 각국의 실물경제와 교역을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금융부실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확대는 불가피했다. 시장실패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토를 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금융시장의 까다로운 감시ㆍ응징 기능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그리스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대표적인 경우다.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가 약 125%로 가장 높고 향후 재정건정성 회복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위기시에는 대개 자본유출→통화가치 절하→수출 경쟁력 향상 및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발생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그리스 등 중소국가들에서는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다. 금리정책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환율의 조정기능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성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려면 강도 높은 재정 긴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는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국제금융 시장에서 의심받고 있으며 그 결과 차입이나 국채 발행이 안 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그리스를 지원해도 문제는 남는다. 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이탈리아 등 정부 부채가 많고 버블 후유증이 큰 다른 국가들마저 국가재정 등 펀더멘털은 개선하지 않고 지원에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펀더멘털이 크게 약화된 나라들에 대한 시장의 견제와 응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장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번 위기 초기에 나타난 것처럼 금융기관들의 재무건전성이 조금이라도 취약해지거나 산업 기반이 약화될 기미를 보이면 우리도 언제든 시장의 먹잇감이 될 수 있어서다. 다행히 우리는 국가부채 면에서 상대적으로 건실해 당장 재정을 긴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기업 부문도 중소기업의 부실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외환위기 후 부채를 줄이고 내실을 기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했기 때문에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가계 부문은 소득에 비해 부채가 워낙 많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 재정·금융 건전화 힘써야 따라서 중장기 재정건전화 방안을 소홀히 하지 말고 금융감독ㆍ규제도 세계적 조류에 맞춰 개혁해나가야 한다. 기업 부문의 상시적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민간 부문의 자생적인 경기회복력 복원과 대외 신인도 유지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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