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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28)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입단 계약을 위해 1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강정호는 "나는 돈을 보기보다 도전하는 거다. 꾸준히 기회를 받을 수 있다면 이에 만족하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강정호와 피츠버그가 4년 1,600만달러(약 173억5,000만원)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피츠버그 구단도 홈페이지를 통해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강정호도 세부조건에 큰 욕심이 없음을 밝힘에 따라 이변이 없는 한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7명은 모두 투수였다. 야수로는 도전 자체도 첫 번째인 강정호가 미국에서도 성공한다면 한국야구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눈에 비친 한국프로야구는 잘 알려진 대로 'AA' 정도다.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이라면 '투자 적격'은 되겠지만 더블A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트리플A보다 한 단계 낮다. 야후스포츠는 14일 "한국프로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강한 더블A 정도로 보면 된다. 그곳에서의 기록으로 빅리그 성적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넥센에서 117경기를 뛰며 타율 0.356에 40홈런 117타점을 기록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의 기록이라 더 돋보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와 수준 차가 있는 한국에서 낸 성적인 만큼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게 미국 야구계 반응이다. 그와는 별개로 피츠버그가 적어낸 이적료 500만2,015달러가 '위장 입찰'이 아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정호는 자존심을 세웠다. 돈이 없는 피츠버그가 한국의 야수에게 거액을 건 것은 다른 구단의 영입을 방해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 내야수 포스팅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불렀다.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차기 내야진의 핵심으로 키울 계획인 것 같다. 구단이 바라는 강정호의 모습은 홈런을 많이 치고 실책은 적게 하는 만능 내야수. 지난 2013년 21년 만에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지난해도 와일드카드로 가을 잔치를 치른 피츠버그는 공격력이 꽤 강한 팀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전체 15개 팀 가운데 팀 타율 3위(0.259), 홈런 3위(156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팀 실책 리그 1위(109개)가 말해주듯 투박한 플레이가 발목을 잡았다. 2경기 차로 세인트루이스에 중부지구 우승을 넘겼다. 지구 우승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피한다. '강정호 효과'로 팀 홈런은 늘고 실책은 줄어 디비전 시리즈(8강)에 직행하는 게 피츠버그의 바람이자 강정호를 내세운 한국프로야구의 소망이다.
강정호는 "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장타 욕심이 있다"며 "(정규시즌) 전반기까지 꾸준히 기회를 얻는다면 유격수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유격수 수비에 대해서는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의 문제"라며 "개인적으로 몸을 많이 만들어놨다. 가서는 실전 훈련을 하면서 다시 몸을 만들 계획"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