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는 18일 권영수(49)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사를 우여곡절 끝에 단행했다.
LG필립스LCD는 당초 권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려 했지만 필립스 측이 ‘절차상 이유’를 들어 반대해 내정키로 하고, 내년 2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키로 합의했다. 또한 하현회 중소형사업부장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상무급 신규 임원 4명과 상무급 전입 발령 2명에 대한 승진 및 전입인사를 단행했다.
권 신임 사장은 98년부터 필립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주도해 LG필립스LCD를 탄생시킨 장본인. LG전자 미국 법인의 재무담당 및 본사 세계화 담당을 거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고, 2003년부터는 LG전자의 CFO를 맡아 투자 전략과 경영혁신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권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내정’으로 변경된 ‘절차상 문제’는 권 사장의 대표이사의 자격 논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 측이 “권 사장은 LG필립스LCD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이사 자격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 이에 대해 LG측은 권 신임 사장에 대한 내정을 요구했고, 필립스 측이 이를 받아들여 결국 내정키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양측간 격론 때문에 이날 오후 4시에 시작된 이사회는 오후 6시를 훌쩍 넘겨 예상된 시간보다 길어지면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반대했던 LG필립스LCD가 향후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LG같은 대기업이 사소한 자격문제 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인사를 단행할 리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필립스 측이 LG가 제시한 인사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즉 필립스가 지난 2분기 연속 3,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며 고전하고 있는 LG필립스LCD 경영 체제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고, 이를 이날 인사에 대한 반대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필립스LCD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책임 및 권한의 명확화를 통해 사업부제를 정착시키고, 환경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