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영권 안정돼야 일류기업 가능하다

법원이 에버랜드의 저가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림으로써 대기업 집단의 편법 상속ㆍ증여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원은 CB의 적정가격을 낮춰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결했지만 당시 이사회 결정만 무효라고 명시하고 CB 발행 자체의 무효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상법상 또 다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주주들의 별도 소송이 없는 경우 당장 삼성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경영권승계를 포함한 지배구조, 그리고 순환출자 등 재벌이 안고 있는 구조적문제 전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집단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순환출자문제는 언젠가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강제적인 지분정리 등을 통해 소유지배구조에 변화를 요구할 경우 경영불안을 야기해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오너 경영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게 더 나은지는 국가와 기업문화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으므로 삼성이 경영권 방어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환경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격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경영권의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삼성의 성장은 곧 우리경제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삼성 에버랜드의 CB 저가발행에 대한 공모 여부를 놓고 앞으로도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입증이 쉽지 않아 논란만 증폭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이런 면에서 기업 스스로도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경영권문제를 정치쟁점으로 삼아 기업을 흔드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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