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1일] 신한금융 경영진, 책임감 보여줘야

"이사회는 천천히 해야겠지. 좀 쉬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난 9일 나고야를 떠나 인천 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오후에 있었던 재일교포주주 대상 설명회로 피곤한 듯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향후 이사회 개최일정을 묻는 기자의 말에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이사회를 무작정 연기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기자의 눈에는 이번에 이사회를 열 때는 제대로 준비한 뒤 추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읽혔다. 대답에 착잡함이 묻어났지만 이사회를 열겠다는 의지는 분명 있어 보였다. 사실 이번 주주 대상 설명회는 라 회장이나 이백순 행장, 신상훈 사장 모두에게 매우 곤란한 자리였다. 이날 기자가 만난 재일교포 주주들은 대부분 이사회 개최나 주주 설명회 등을 거치지 않고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에 격앙돼 있었다. 한 여성 주주는 "아들이 아버지를 고소한 격"이라고 했고 다른 주주는 "세 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주들이 "이사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라"며 이들 세 명에게 다시 공을 넘겼지만 권한을 부여했다기보다는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라는 뜻이 강했다. 이사회의 결론이 어디로 향하든 이들 경영진 세 명 모두 커다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질책으로까지 읽혔다. 이번 사태가 더 이상 경영진 간의 권력다툼으로 내비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다음 이사회에서 표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등 양측의 기싸움만 치열하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감 때문이겠지만 그 사이 신한금융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소액주주들은 신한금융의 주가 하락으로 자산손실을 입었다. 직원들은 '1등 은행'이라는 자부심에 흠집이 났다. 정말 라 회장과 이 행장, 그리고 신 사장이 '신한맨'이라면 이사회를 통해 자신들이 조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때다. 마음을 비워야 길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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