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광주발전” 창업주 80년 숙원 결실/미 협력사 기술 등 지원 거절/“경제살려야” 국내공장 고집/2000년까지 1조투자… 세계적 반도체단지로우곡 김향수 아남그룹명예회장은 지난 4월25일 80평생 동안 바라온 소원 하나를 이뤘다.
자신을 길러주며 오늘을 있게 한 고향 빛고을 광주에 최첨단시설을 갖춘 반도체 종합생산공장 「아남산업 광주공장」을 준공한 것. 강진이 고향인 김명예회장은 고지가·고임금·고물류비 등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고향발전과 산업보국에 이바지하고 광주를 2000년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아래 국내에서의 생산을 고집했다. 사실 아남과 특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측은 제조원가등 여러가지 면에서 국내보다 유리한 미 텍사스주 댈러스시에 공장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간곡히 요청한 터였다. TI가 금융 및 기술자지원 등 파격적인 지원조건을 제시한 것은 물론이다.
김명예회장은 준공식 기념사를 통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게 땅값이나 고급인력확보, 선진기술습득 등 여러면에서 유리했지만 그래도 이 땅에 공장을 지어 우리 민족을 살찌워야 한다는 소명감에서 광주를 택했다』고 말했다.
아남이 광주에 반도체공장을 짓기로 한 배경은 한국에 세계 최고기술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첨단기술인력을 양성해 한국경제에 기여하겠다는 김명예회장의 일관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지리적인 면도 감안됐다.
황인길 아남산업사장은 『광주는 인근에 광양·목포 대불·군장공업단지가 들어서 있어 산업인프라가 잘 구축돼있고, 광주공항과 자동차로 40분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90분이내의 거리에 4개의 항만과 고속도로가 위치해 있어 물류비절담에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모두 3천억원을 들여 광주광역시 북구 대촌동 광주첨단과학단지내 13만평에 건설한 아남반도체 광주공장은 이 도시를 생산도시,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아남은 2000년까지 광주과학단지내 13만평 부지에 연면적 6만5천평 규모의 반도체조립공장 3개동을 완공한다는 계획 아래 조립라인 1개동을 포함해 연면적 3만평 규모의 1단계공사를 마무리한 뒤 지난 9월부터 2단계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아남은 차세대 주력 반도체 패키지로 부상하고 있는 BGA(Ball Grid Array)를 월간 1천만개씩 생산하게 된다. BGA는 반도체칩이 외부접속단자를 패키지 양면으로 뽑아낸 기존제품과 달리 패키지 밑면에 배치함으로써 핀수를 크게 늘린 첨단제품. 따라서 같은 핀수의 패키지와 비교할 때 최대 60%까지 패키크기를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다기능화, 고성능화및 고집적화에 매우 유리한 제품이다.
아남은 1단계사업에서 반도체조립라인·도금라인·테스트라인·반도체장비라인 1동씩을 건립했다. 이와함께 창고시설··구내식당·교육관 등 복지시설, 1천5백만명수용능력의 남녀기숙사 6개동도 함께 갖추고 있다.
아남은 이어 오는 2000년까지 총 1조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5단계에 걸쳐 조립라인 2개동과 부대시설을 추가로 건설, 월간 생산량을 1억2천만개까지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2000년에는 광주공장의 생산규모가 현재 서울과 경기도 일원의 3개공장에 맞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아남산업의 세계반도체패키지시장점유율도 40%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6천명에 달하는 신규고용창출로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남은 이 공장에서 올해 1억2천만개의 제품을 생산해 6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생산량을 월간 4천만개로 늘리고 99년에는 7천만개, 그리고 2000년에는 1억개로 늘려 세계최대의 BGA조립업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굳힌다는 계획이다.
아남은 이를통해 98년 광주공장에서만 17억달러의 수출을 올리고 99년에는 이를 38억달러로 두배 남짓 끌어올리며, 2000년에는 53억달러의 제품을 해외에 실어 보낼 방침이다. 5단계공사가 마무리되는 2001년에는 71억달러를 수출해 서울·경인지역의 수출액 72억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나병수 공장장은 『아직 생산초기단계라서 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증설계획이 예정대로 착착 추진되고 있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아남산업 광주반도체공장이 생산에 들어가기 전 아남이 전남·광주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5월에는 5%로 뛰었고 8월말에는 12%로 비약적인 증가를 하고 있다. 특히 광주지역만을 따로 떼내 보면 4월말 현재 4%에서 5월에는 21%, 6월 33%, 7월 34%, 8월 44%로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나공장장은 『아남의 진출로 광주는 첨단산업시설을 구축함으로써 산업과 교육기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기술집적형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 지역의 대학·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강화해 첨단산업기술을 전파하는데 적극 나서고 반도체산업관련 지역협력업체의 육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광주=김희중 기자>
◎아남그룹 지방화 전략/수도권·충청·영남·호남 4권역화… 환경경영 역점
반도체가 주력인 아남그룹은 크게 4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인천과 부천을 포함한 수도권과 천안의 충청권, 포항의 영남권, 그리고 광주를 중심으로한 호남권 등이다. 이 가운데 포항의 영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은 모두 반도체산업을 축으로 하고 있다.
수도권인 인천과 부천, 수원, 안산에는 아남산업의 반도체 3개공장과 배선기구공장 1개, 아남전자의 오디오·TV공장, 아남인스트루먼트의 전자부품 및 시계제조·광학·반도체장비제조공장이 1개씩 가동되고 있다.
충청권은 천안에 아남S&T의 리드프레임제조공장과 포토마스크제조업체인 PK(주)본사와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아남은 천안지역에 반도체재료 및 소자부냐를 중심으로 집중투자해 정부의 실리콘밸리 육성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영남권은 주로 환경관련업체가 입주해있다. 경북 포항에 국내최대의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인 아남환경산업이 있다. 지난 95년 유봉산업을 인수해 설립한 아남환경산업은 영남지역 폐기물처리의 담당하고 있다. 아남은 아남환경을 반도체 및 전자분야와 접목시켜 21세기 환경친화기업으로 집중육성하기 위해 현재 종합폐기물처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경플랜트사업으로의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인터뷰/나병수 아남산업 광주공장장/“대학·연구소와 협력 생산품 다양화 주력 지역주민 밀착위해 각종사업 펼칠것”
나병수 아남산업 광주공장장(상무)은 『고향기업이어서 그런지 종업원들의 근무태도가 열의에 차있다』며 『BGA의 품질수율 99.7%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뛰어난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반도체는 특성상 시간을 다투는 사업이어서 대부분 항공기를 통해 수출입을 하는데 광주지역에는 그같은 인프라가 아직 구축돼있지 않아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첨단산업단지안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아남반도체 광주공장의 전략과 미래 청사진을 들어봤다.
아남 광주반도체공장은 광주를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지난 4월부터 생산에 들어간 이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물류시스템의 개선과 신규고용창출로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는 광주·전남권의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주첨단산업단지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 지역협력육성을 통해 광주지역의 산업구조를 첨단산업업종으로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겠다.
오는 2001년이면 광주공장의 생산량이 수도권지역을 앞선다고 하는데 앞으로 생산품목의 다양화에 대한 계획은.
▲단순히 매출액으로만 따진다면 98년도부터 광주공장이 아남의 공장중에서 가장 커진다. 현재 광주공장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컴퓨터, 이동통신, 비디오·오디오, 자동차부품, 비디오카메라 등 최첨단제품에 들어가는 초소형·초박막형 대규모정보집적 능력을 가진 제품이다. 앞으로 생산품목다양화에 주력해 2000년부터는 이곳에서 반도체산업의 종착지라 할 FAB(일관생산)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세계화와 함께 지방화에 주력하면서 다양한 협력 및 문화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아남의 전략은.
▲아남이 광주에 진출한 것은 창업주의 향토발전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지금은 사업을 벌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사업이 없지만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문화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지역주민과 밀착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을 벌일 생각이다. 산학협동을 강화해 우수인재를 채용하고 이 지역대학·연구소 등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이다.<광주=김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