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정보기술) 분야에도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IT분야의 경우 인터넷과 다국적 통신장비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위주 인사 등 비교적 성차별이 적어 여성 인력들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임원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국내 유무선 통신업체에도 잇따라 여성임원이 등장,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주체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IT CEO 400여명 달해=업계에 따르면 현재 IT분야에 있어 여성 CEO들은 인터넷, 쇼핑몰, 모바일콘텐츠, 네트워크장비업체 등의 분야에서 4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체 IT CEO의 5%에 달해 비율로는 아직 미미하지만 그 영향력과 위상은 상당히 높고 수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IT여성파워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곳은 바로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다. 이 협회는 IT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주요 CEO와 임원 등 110여개사가 회원으로 등록해 엽무협조와 인력 양성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여성 파워 향상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국내 IT기업 CEO의 대표주자로는 서지현 버추얼텍 CEO와 한미숙 헤리트 사장, 이수영 이젠 사장, 성영숙 이쓰리넷 사장, 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 장인경 마리텔레콤 사장, 박지영 컴투스 사장 등을 들 수 있다.
IT분야의 경우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CEO로서는 칼리 피오리나(HP), 멕휘트먼(이베이), 팻루소(루슨트) 등이 활약하고 있고 회사 주요 임원으로는 수잔 데커 야후 최고 재무담당자(CFO), 도린 토벤 버라이존의 CFO 등이 큰 활동을 하고 있는 등 그 어느 분야보다 우먼파워가 거세다.
◇유ㆍ무선 통신분야로 확산=최근 IT분야에서 여성들의 약진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현상은 지금까지 여성 임원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통신업종으로까지 그 활약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윤송이 상무와 하나로통신의 제니슨 리 CFO가 대표적인 예다.
윤 상무는 지난 3월 SK텔레콤의 비즈니스부문 상무로 발탁되면서 임원으로서는 ‘금녀의 공간’으로 인식돼 온 이동통신 업계의 관행을 과감히 깨뜨렸다.
유선업계에서는 지난달 하나로통신의 CFO로 제니슨 리씨가 발탁돼 세인의 눈길을 끌었다. 유선업계에서는 KT의 이영희 상무 (베이징사무소장)와 제니슨 리씨를 제외하고는 현재 여성 임원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윤 상무와 리 상무가 회사 내 주요 보직을 담당하는 ‘실세’ 임원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업계 전반에 불어 올 ‘여성파워’의 신호탄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신규근 SK텔레콤 인력관리실장은 “지난해 말 신입사원 모집의 경우 당초 25% 가량을 여성인력으로 채용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워 채용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입사 이후에도 올해부터는 여사원을 위한 특별 교육이나 인적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성 인력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력 교육 등에도 박차=여성부에 따르면 현재 IT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인력은 전체의 35%에 달하는 12~13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여성IT인력의 70% 이상은 사실상 제조분야에 집중돼 있어서 고급인력에 대한 양성과 채용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를 위해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는 여성부와 함께 지난 2002년부터 ‘ IT여성전문교육’을 시행해 여성이 IT의 주요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의 결과로 지난해까지 모두 600여명의 여성 IT전문 인력이 배출돼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오는 하반기에는 여대생 가운데 대학졸업생을 중심으로 ‘IT여성청년취업 박람회’를 개최와 여대생 창업포럼 등도 개최할 계획이다.
홍미희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은 “IT분야는 짧은 시간 내 급속한 산업발전과 시장 확대에 따라 남성인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라면서 “창의성과 섬세함 등을 무기로 한 여성 임원과 CEO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