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은 주어진 책임을 다할 준비가 돼 있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폐막을 앞두고 합의 실패의 책임을 피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힐러리 장관이 온실가스 감축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앞장서 1,000억달러의 기금을 모으겠다고 밝혀 기후정상회의에서 '알맹이 없는 선언'만 나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에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미국, 온실가스 감축 위해 할 일은 하겠다
힐러리 장관의 기자회견은 20분 전에 갑자기 통보됐다. 힐러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후진국을 돕기 위해 기금조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기금에 낼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금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세계 모든 나라는 한 배를 탄 운명이고 미국은 미국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남은 이틀 동안 선진국들이 기금모금에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재정지원 전제조건은 온실가스 감축의 투명성
힐러리 장관은 미국의 역할과 함께 여러 차례 투명성을 강조했다. 후진국에 대한 재정지원의 조건으로 투명성을 내세웠다. 투명성 없이는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힐러리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온실가스 감축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선진국들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선진국들은 "백번 양보해 중국이 제시한 감축목표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를 확인할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해왔고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중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 기후변화 전문가는 "중국이 내세운 탄소집약도 목표는 지금처럼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지금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정도"라며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발표하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막판 합의 이끌어내나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기후정상회의 폐막을 앞두고 각국은 합의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의에 필요한 핵심적 의제에는 접근도 못하고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만 벌이고 있다. 캐빈 러드 호주 총리도 "내용보다는 형식, 행동보다는 행동하지 않음이 승리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독일 의회에서 "지금 이 순간 협상은 긍정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도 합의 대신 짧은 정치적 선언을 발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펜하겐 회의장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8일로 예정된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힐러리 장관이 이 같은 소문을 일축하면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중국의 책임을 내세움에 따라 이번 기후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