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상위1% 위한 룰에 농간당하는 99%

■ 불평등의 대가<br>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열린책들 펴냄


정부 상위층에 유리한 정책 양산
불평등 불러 빈인빈부익부 심화

평등성 강화하는 시스템 구축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사실 깨달아야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팍팍해진 사회적ㆍ경제적 분위기는 갖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우스갯소리 반 한숨 반으로 얘기하던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삼팔선(38세에 은퇴)이 실업ㆍ취업난이 밀려오며 이제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도 옛날 얘기고, 십장생(십대도 장래를 생각한다)까지 왔다.


하지만 이건 우리의 얘기일 뿐, '우리 모두'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3년 소득기준 상위 10%의 월 소득은 하위 10%의 6.8배였지만, 1998년에는 9.4배로 치솟아 현재까지도 9배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봐도 2011년 상위 1%의 연간 평균소득(3억8,120만원)은 중위 소득(1,688만원)의 22.6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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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양극화의 주원인이 두 차례 경제 위기가 상위층에게 오히려 더 큰 부를 축적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하위층에게 충격이 집중되었기 때문인지는 일단 나중에 따져보자.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 불평등, 양극화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이다. 이 불평등이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이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 가운데 시장의 효율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정보 비대칭성의 결과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으로 클린턴 대통령 정부에서 경제자문회의 의장을 지냈다. 세계은행 부총재 시절에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통화기금의 재정 긴축 및 고금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소속된 세계은행의 정책이 후진국의 빈곤과 빈부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킨다고 비판하다가 물러난 바 있다. 그래서 폴 크루그먼은 그를 일러 '대체 불가능한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했고,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로는 유일하게 좌파로 분류된다.

그는 현재의 불평등 대부분은 정부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클린턴 행정부가 자본이득세율을 대폭 낮춰 갑부들을 살찌웠듯이, 실제로 정부의 정책은 초상위층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주장이다. 경제 엘리트들은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켜 자신들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법률 체계를 지지한다. 예산 정책에서 통화정책까지, 심지어 사법체계에까지 이르는 국가의 모든 주요 정책 결정에 불평등이 반영돼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들이 다시 불평등을 영속시키고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부유층이 퍼뜨린 최악의 신화는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논리라고 지적한다. 또 금융업자와 상위 1%가 항상 경제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고려하는 임금 삭감과 예산 삭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들은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화돼야 자기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 가구가 소득이 줄었다면 지출을 줄여도 은행에 돈을 갚을 여력은 늘지 않는다.

스티글리츠는 시장이 평등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며, 소득 상위ㆍ하위층 모두에게 각성을 요구한다. 하위 99%인 '우리'들은 스스로가 상위 1%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고, 상위 1%에게 이로운 것이 '우리'에게도 이롭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상위 1%는 이 심각한 불평등이 자신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늦지 않게. 2만5,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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