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약관 대출은 선급금성격 해약환급금 지급때 공제대상"

大法, 기존 다수설 뒤집은 판결 관심

보험약관 대출금은 보험사가 장차 지급해야 할 보험금 또는 보험해약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의 성격이어서 보험사가 해약환급금을 지급할 때 약관대출 원리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하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보험약관 대출은 일반 대출과 같이 해약환급금과 대출금을 각각 채무ㆍ채권으로 보고 상계하는 것으로 봐온 국내 다수설인 소비대차설과 다른 것으로 ‘보험약관 대출=선급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 풀이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정리회사인 고려티엔에스가 해약환급금 전액을 지급해달라며 한일생명보험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고려티엔에스는 지난 2000년 8월 한일생명보험과 보험료 3억원의 보험에 계약한 뒤 보험약관에 따라 2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 만기 전인 2002년 8월 고려티엔에스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돼 이듬해 보험계약이 해지되자 보험사는 해약환급금 3억여원에서 대출 원리금 등을 제외한 8,000만여원을 지급했다. 고려티엔에스는 정리회사에 대한 ‘상계’ 의사표시는 정리채권신고기간 만료 전에 가능하다는 옛 회사정리법을 들어 보험사가 신고기간 만료 후 상계 의사 표시를 한 만큼 해약환급금 전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은 고려티엔에스의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보험약관에 의한 대출을 채권ㆍ채무 관계가 형성되는 소비대차적 요소와 장차 보험계약자에게 지급될 책임준비금의 선급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복합적인 계약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결론을 같이하면서도 대법관 다수의 의견으로 보험약관에 의한 ‘대출’을 보험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관대출은 보험계약과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 아니라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며 “보험약관 대출금은 보험사가 장차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약관대출은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에서 대출 원리금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것은 대출 원리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민법상 상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험약관 대출이 선급금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법정관리 기업이나 개인파산의 경우 채권ㆍ채무금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해석을 놓고 여러 가지 학설이 제기돼왔다. 대법원도 보험약관 대출의 법적 성격에 대해 명확한 판례 없이 국내 다수설인 ‘약관대출은 상계대상’이라고 봐왔지만 이번에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 이용훈 대법원장 등 재판관 8인은 다수의견으로 선급설을 채택했고 재판관 3인은 별개 의견을 제출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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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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