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 중심의 자금세탁 방지 검사를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자금세탁 방지의 사각지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자금세탁 방지의 목적에는 범죄 등으로 취득한 자금을 합법적 수입으로 가장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향후 관련 범행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원활한 범죄 실행을 방지하려는 측면도 있다.
오늘날 자금세탁 방지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마약 범죄를 비롯해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과거에 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욱 위협받는 현실에서 막대한 불법 자금은 자금세탁을 통해 이와 같은 중대 범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영화처럼 007가방에 현금을 가득 채워 직접 건네는 방식으로 자금이 오갔으나 지금은 외환거래가 자유화되고 전 세계의 금융망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테러·공작자금도 대부분 온라인 금융거래로 전달된다. 금융거래의 국제화·전자화에 따라 불법 자금도 국경을 넘나들며 세탁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이용하고 금융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려는 등 수법이 갈수록 영리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국제적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한발 앞선 감시·적발기술이 요구된다.
테러 등 반사회적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범죄조직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차단을 철저히 감시해야 하나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현행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는 자금세탁 행위의 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 범죄에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형법상 '내란 및 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군사기밀 보호법 등의 관련 범죄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기관이 수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할 수 없어 국가안보 위해 행위를 적발하고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미국·중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정보기관은 금융거래정보를 국가안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133개국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차단을 위해 서로의 정보 공유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의원입법 발의로 국가안보를 위한 수사·방첩·대테러 업무 등에 국가정보원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보유정보의 이용 목적이 '국민 안전과 국가안보'라면 정보 이용을 제한할 명분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달 초 정부는 FIU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교육기관을 국내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FATF 의장을 맡는 등 해당 기구에서 한국의 입지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나올 만한 얘기다. 이 국제교육기관 설립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테러자금 차단 및 자금세탁 방지 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결과로 건전한 금융거래 질서 확립은 물론이거니와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 토대를 마련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