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과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도 기업투자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당장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 증설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 등이 수도권 규제로 발이 묶여 있는 것이 단적 예이다.
기업의 투자제한을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현행 수도권억제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이 그 동안의 경험이 입증한다. 서비스산업 성장을 비롯해 교육 문화 행정 등 다른 경제사회적인 요인이 의해 수도권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지 제조공장이 근본적인 요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기술 및 자본 집약적인 첨단산업의 경우 투자규모에 비해 인구집중 유발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투자를 제한하는 현행 수도권규제방식은 수도권집중 해소라는 당초의 취지도 살리지 못하면서 우리경제의 상장동력만 위축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도권투자를 억제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투자계획 자체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연구소와 생산시설이 한곳에 위치하는 집적효과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공장증설을 규제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화시대에 수도권투자를 억제하면 지방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풍선논리`는 맞지 않는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수도권투자에 있어서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다. 다 같은 첨단 업종인데도 경기도 LG필립스가 파주에 추진하는 대규모 LCD 공장 신설은 허용하면서 삼성반도체 증설은 규제하는 것은 국내기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수출 고용 기술 등 경제적 효과가 비슷한 투자를 놓고 국내 기업이냐 외국 기업이냐에 따라 법적용을 달리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도권집중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투자를 규제하는 현행 수도권억제 방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반도체 등 몇 안 되는 주력산업의 성장마저 가로막아 우리경제 전반의 활력만 떨어뜨리는 규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다. 국내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어 수출이 늘고 일류상품이 나와야 확산효과를 통해 지방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큰 안목에서 국내 기업투자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경제가 다 함께 잘되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도쿄=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