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돈에 좌지우지하는 상업주의 미술 뒷 얘기

■ 그림값의 비밀(양정무 지음, 매경출판 펴냄)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지난 해 2월말 현재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 201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640만 달러(1,200억원)에 낙찰됐다. 비공식적인 개인 거래에서는 이보다 두 배 이상 가격에 팔리는 경우도 있지만, 세계 미술 경매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된 작품 중 이 가격을 넘어서는 예는 아직 없다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서양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상업주의 미술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미술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미술 시장이라는 무대에서 작가와 중개상(컬렉터)이 벌이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저자는 고고하면서도 심미안적인 예술이 미술이지만 동시에 가장 절대적인 수단인 '돈'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 세속적인 장르라고 말한다. 바로 미술의 이중성이다.


저자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미술 시장을 실체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술 작품을 살 때 딜러에게 돌아가는 몫은 관례적으로 5대 5라고 한다. 간혹 6대 4, 혹은 4대 6으로 배분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 대 딜러의 수익분배 원칙은 세계적으로 5대 5가 기준이다. 가격을 매길 때 화가의 능력을 재료비보다 더 쳐 주게 된 시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15세기 초만 해도 그림 가격의 상당 부분을 재료비가 차지했는데, 그 이유는 금박으로 호화롭게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가의 안료나 황금을 사용하지 않은 15세기 중후반부터 비로소 화가의 재능이 조명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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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얼마를 지불하면 괜찮은 그림을 살 수 있을까? 저자는 1,000만원이라고 말한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그림 중 거실에 걸어 놓을 만한 50호(116.8 X 91㎝) 정도 크기의 유화 작품 가격이 대체로 그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같은 피카소의 작품이라도 브랜드가 확실한 딜러에게서 산 작품이 훗날 더 좋은 가격으로 재판매된다는 말도 있다. 저자는 유명한 딜러에게 작품을 사면 그 가격이 보장될 수 있다는 오래된 업계의 신뢰가 미술 시장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말한다. 일단 시장에서 신뢰를 얻은 딜러에게 막대한 수요가 몰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미술 시장의 비중이 커질수록 미술은 상류층만의 특수한 소비로 고립되고 있다"며 "미술을 일부 특수층의 손에 한정시키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2만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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