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10 한국건축문화大賞/사회공공부문 대상] 대접 3개 물에 띄워 놓은듯 '파격적'

사회공공부문 대상- 도시축전기념관

도시축전기념관은 세 개의 접시(Tri-bowl)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상을 띠고 있다. 언뜻 건축이라기 보다는 조형물로 인식될 만큼 파격적인 시도다.

도시축전기념관의 내부 공연·전시장. 천장 대신 바닥 높이에 변화를 줘 다양성을 추구했다.


설계자 유걸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대표

인천 송도지구에 위치한 센트럴파크 내부로 들어서면 커다란 대접 3개를 물에 띄워놓은 듯한 묵직한 형태의 건물이 단번에 두 눈을 사로잡는다. 짙은 회색으로 구성된 이 건물의 돌출 곡면은 패널로 외부가 마감돼 날아갈 듯 가벼운 느낌을 주는 반면, 움푹 들어간 곡면 부분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돼 패널부와 반대되는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 같기도 하고 초현대적 건축의 실험물 같기도 한 이 건물이 바로 2010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부문 대상을 수상한 송도 도시축전기념관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몰려 있는 송도에서도 이 작품은 독특한 외부디자인과 존재감으로 단번에 송도를 대표하는 명물로 떠올랐다. 한류스타 가수 비는 이 건물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지난 6월 백남준 전시회도 열려 준공 이후 송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건물의 진가는 그러나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기존 건축물들은 내부 바닥면을 평평하게 설계한 후 벽면이나 천정에 변화를 주기 마련이지만 이 건물은 기존의 건축공식을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천정이 평평한 대신 바닥에 자유로운 굴곡이 있다. 긴 연결다리를 통해 이 건물로 들어선 방문객은 들어가고, 올라가고, 돌고, 건너고, 내려가는 내부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공간적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설계한 유걸 아이아크건축사무소 대표는 "네모 반듯한 설계는 건물을 쉽게 짓기 위한 수단"이라며 "자연의 공간은 네모 반듯하지 않아 굴곡이 있고 이로 인해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유로운 공간 속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건물의 내ㆍ외부 마감재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떼고 붙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색이나 질감을 달리 해 그때 그때 새로운 느낌을 부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건물 내부는 크게 나눠 4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전시ㆍ공연공간과 휴게ㆍ서비스 공간으로 나뉜다. 건물의 크기에 비하면 실제 활용공간은 협소한 편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공간의 효율성 보다는 건축 구조적으로는 아름다움을 극단적으로 추구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유걸 대표는 이에 대해 '지속 가능한 효율성의 증대를 추구하는 건물'이라는 명료한 답변을 내놓았다. "닫힌 구조로 설계된 건물에서는 최초 용도가 변경되면 이에 따라 공간 효용성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반면 자유로운 공간에서는 용도에 따른 변화를 줄 수 있지요. 지속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물이 가장 효용성 있는 건물 아닐까요."
인터뷰- 설계자 유걸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들 작품 영감 통한 주거환경 변해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아이아크건축사사무소에서는 칸막이를 찾을 수 없었다. 2층 회의실에서 만난 유걸 대표는 "닫힌 공간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어 칸막이와 벽을 없앴다"고 했다. 구조디자인의 대가로 통하는 그 다운 발상이었다. 유 대표는 "한국 건축계에서 설계 디자인의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고 운을 뗐다. 설계자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건축주와 시공사의 눈치를 보느라 이런 설계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다. 설계 당시에는 가벼운 느낌을 주기 위해 스틸을 사용해 시공하기를 원했지만 시공자들의 거부에 부딪쳐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쪽으로 ??향을 틀었다. 그는 "막상 짓고 보니 콘크리트가 주는 무게감도 마음에 들었다"며 "시공사(포스코건설) 현장소장이 고생이 참 많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유걸 대표는 현실과 이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 탄생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도 '문제를 창조한다'는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는 "문제를 간단히 요약할 수 있어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작점이 만들어진다"며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에서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고 내 꿈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만들어야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성냥갑처럼 획일화 된 한국 아파트의 구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에는 가변형 벽체 등이 적용되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공간을 닫아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축가들의 작품이 영감을 줘 우리 대한민국 주거 환경을 조금씩 바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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