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드라이버 샷을 할 때 비거리와 정확도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둬야 할까?
드라이버 샷에서 거리와 정확도 중 어떤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의 문제는 골퍼들을 끊임없이 곤혹스럽게 한다. 거리에 주력하면 좌우 편차가 심해 OB가 잘 난다. 반면 페어웨이를 양쪽으로 가르며 똑바로 볼을 날리는 데 치중하면 멀리 날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기분’이 우선인 아마추어 골퍼들, 특히 한국 아마추어 골퍼들은 거리에 더 신경을 쓰고 스코어가 먼저 인 프로 골퍼들은 정확도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러프가 발목을 덮는 코스에서 활동하는 미국 PGA투어 프로 골퍼들의 경우 거리보다는 정확도가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보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순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돼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그런 분석이 힘을 잃고 있다.
아무리 질긴 러프라도 일단 그린 앞 100야드 근처까지만 가면 탈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 피칭 웨지 등 숏 아이언으로 찍어 칠 경우 러프에서 탈출하는 것은 물론 볼에 스핀을 먹여 그린에 떨어진 뒤 핀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최근 프로 골퍼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한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한 덕에 아무리 긴 러프라도 숏 아이언으로 찍어 쳐 볼에 스핀을 먹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드라이버 거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올 시즌 PGA투어 통계도 드라이버 샷의 경우 정확도보다는 거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일단 올 들어 다승 부분 선두 권을 형성하고 있는 정상급 선수들의 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3승을 거둔 비제이 싱의 경우 드라이버 샷의 평균 비거리는 298야드로 27일 현재 11위다. 그러나 페어웨이 적중률은 60.6%로 122위에 처져 있다.
2승을 거둔 어니 엘스와 필 미켈슨, 세르히오 가르시아도 마찬가지.
엘스의 경우 거리는 8위(298.8야드)지만 정확도는 138위(59.3%)이며 미켈슨은 거리가 22위(295.1야드), 정확도는 63위(64.3%)다. 가르시아는 각각 14위(297야드)와 134위(59.5%)를 보이고 있다. 1승을 올린 타이거 우즈의 경우도 거리는 6위(300.1야드)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은 156위(57.6%)다.
올들어 상금랭킹 10위 내를 달리고 있는 선수 중 드라이버 거리가 30위 밖에 있는 선수는 9위의 스티브 플레시(129위ㆍ281.4야드)와 10위 애덤 스콧(약 33위ㆍ293야드) 등 두 명뿐. 이 중 애덤 스콧은 9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않아 공식 랭킹이 집계되지 않은 상태이며 현재 진행중인 부즈 앨런 클래식에서 평균 323야드의 장타를 날리면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사실상 랭킹 30위 내에 포함시켜야 한다.
반면 정확도에서 30위 내에 든 선수는 플레시(21위ㆍ68.9야드) 단 한명뿐이다.
랭킹 1위 미켈슨부터 8위 데이비드 러브 3세까지 상위 8명의 경우 거리는 최하위가 26위(상금 7위 스튜어트 애플비ㆍ294.4야드)이며 정확도에서는 최상위가 63위(상금랭킹 1위 미켈슨ㆍ64.3%)다.
또 8명 중 거리에서 10위 내에 드는 선수는 3명, 정확 도에서 100위 밖으로 처지는 선수는 무려 6명이다. 이에 따라 골프 전문가들은 프로 골프계에서도 정확도 보다는 거리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