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국적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아시아 경제회복에 힘입어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순익 증가율은 특히 올들어 평균 30~40%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컴팩이 지난 1·4분기에 예상치를 밑도는 순익을 올려 경영진을 개편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업체들은 월가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이같은 고성장세는 강건한 북미 경제에 아시아 지역 경제도 회복세를 타면서 제품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덕분이다. 한마디로 아시아의 경제회복이 이들 업체에 「금상첨화」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판매 회복세는 자동차 등 다른 제품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증가율은 컴퓨터 관련업체가 단연 독보적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델컴퓨터의 1·4분기 경영 실적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그대로 나타났다.
델은 이 기간 동안 55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나 늘어났다. 순익은 더욱 크게 급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한 4억3,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델의 이같은 성장에는 아시아 지역판매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지역별 매출로 북미 및 남미 지역이 45%, 유럽 지역이 29% 늘어났지만 아시아 지역은 48% 증가,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IBM·휴렛 패커드와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아시아지역 사업이 부활하면서 전체 경영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 최고경영자들은 『아시아의 경영환경이 눈에 띠게 좋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위기로 한동안 북미와 유럽에 의존하던 사업에 아시아지역이 다시 가세하면서 성장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조사한 내용에서도 입증된다.
지난 1·4분기 컴퓨터 등 미국 하이테크업체들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 기간 동안 IBM의 아·태지역 매출은 3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신장률이 20%에 달해 미주와 유럽지역에 거의 필적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아시아지역 매출이 22% 증가해 북미지역 매출을 능가했고, 컴퓨터칩 업체인 인텔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지역 비중이 30%에 달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아시아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수록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성장세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들 업체들이 유럽시장 침체에 대응, 아시아 시장의 사업영역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