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입다문 방송위

제7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관심거리 중에 하나였던 방송을 비롯한 시청각 분야는 양측의 의견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협상에서도 해외 재송신채널에 대한 더빙 규제 완화 등은 양측의 의견이 달랐던 부분이다. 미국은 CNN 같은 해외채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방송위원회도 방송은 국가 주권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개방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방송위의 의견은 초라해지고 있다. 최근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더빙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보도(15일자 참조)한 바 있듯 이는 방송위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으로 방송위는 아무런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국내 방송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주무 부처인 방송위가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8차 협상에서는 협상 대표가 직접 협상을 챙기면서 주무 부처나 담당 분과장의 의견은 참고만 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양국 고위층의 타결 의지가 워낙 강력해 오는 3월 말에 맞춰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서다. 그런 와중에 방송시장 개방이 ‘빅딜’의 일환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방송위는 ‘꿀 먹은 벙어리’다. 지난달에 내놓은 방송시장 개방 불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주무 부처로서 할 일은 다했다는 반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도 입장 표명을 했던 방송위가 FTA 협상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하는 것일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방송 분야 시장이 개방된 후에야 방송위가 해명 자료를 배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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