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리 눈감은 회계감사에 경종 울린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가 최근 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알면서도 '적정' 의견을 낸 외부감사인(공인회계사) 4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이 분식회계에 적극 가담한 공인회계사를 형사 처벌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은 부실감사로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드문 일이다. 책임규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재판부의 형사처벌은 꽤 상식적이다. 재판부는 부산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면서 금융자문수수료라는 변칙적 계정을 만들어 매년 400억~800억원가량을 이익으로 계상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고도의 전문성과 주의 의무가 필요한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채 '적정' 의견을 내 분식회계가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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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산저축은행은 매년 10여건의 금융자문을 통해 건당 10억~100억원 이상씩, 연간 400억~800억원가량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마사지(부당 회계처리)했다. 이는 전체 수익의 4분의1, 이자수익의 3분의1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더구나 저축은행 영업팀에는 변호사ㆍ회계사ㆍ부동산개발전문가 등 고가의 자문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전문가도 없었다. 따라서 정상적인 외부감사인이라면 금융자문수수료의 수익인식, 미실현이익(미수금 채권)의 실재 여부, 장기간 미회수된 상황 등을 체크하고 감사범위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확정적 고의) 적어도 용인ㆍ묵인(미필적 고의)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이 1~2주일 동안 형식적인 감사만 하고 수천만~수억원의 수수료를 챙겨온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에게 직업윤리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시장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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