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는 키가 작다. 160cm 정도인데 몸매도 가냘파서 더욱 연약해 보인다. 180인cm 창하오의 눈에는 더욱 작아 보였다. 이 조그만 친구가 겁도 없이 초강경 코스로만 나오고 있다. 혼내줄 방책이 없을까. 궁리하고 궁리하는 창하오. 머릿속에 불이 반짝 들어와 주었다. 그는 우변 응접을 잠깐 보류하고 백68로 공작을 시작했다. 그가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13으로 패를 내는 것이었다. 백에게 결정적인 팻감 2개만 있으면 바둑을 이긴다는 것이 포인트. 백68에서 72는 그 코스를 위한 팻감만들기였다. 이성재는 창하오 머릿속의 그림을 비웃기라도 하듯 실전보 흑81로 뚝 끊어버렸다. 그제서야 창하오는 착각에서 깨어났으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백68로는 참고도2의 백1로 사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흑2 이하 8까지 되고 보면 백의 고전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우변을 살아놓았으면 단명국은 면할 수 있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