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투자자 울리는 증권 규칙

며칠 전 한 투자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CJ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하고 있는 데 하루 아침에 보유했던 ELW가 휴지조각이 됐다”면서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 같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가 주장하는 상황은 이렇다. 그가 보유한 ELW는 지난 8월29일까지만 해도 1,180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기초 자산인 CJ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CJ와 CJ제일제당으로 주식이 분할됐고 재상장 첫날인 9월28일 11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ELW가격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증권선물거래소의 평가 가격에 비해 재상장 뒤 주가가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재상장 때 시초가는 최저가와 최고가 사이에서 매도 및 매수 호가를 접수, 단일가격에 의한 매매방식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CJ의 시초가는 거래소의 평가금액(13만2,000원)의 50%인 최저가(6만6,000원)로 결정됐다. 특히 거래소의 평가금액은 거래정지 직전 CJ의 종가(12만3,000원)에 비해서도 오히려 높아 ELW의 만기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사정이 딱하게 된 것은 인정하지만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원칙을 따진다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ELW 상품 자체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주식 분할 종목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기초 자산보다 평균 6~7배나 변동성이 큰 ELW를 시초가격의 변동폭이 4배(평가액의 50~200%)나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 연동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재상장 종목의 시초가격 결정 방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증권산업 종사자들은 규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투자자를 위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게 뜯어 고쳐야 한다. 증권산업의 주인은 바로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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