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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ADHD 오해와 진실(3)

치료 늦어지면 소아 우울증으로 악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 받은 환아의 부모가 치료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다름아닌 아이 아빠의 반대이다. 아빠들은 어린 시절 주변에서 개구쟁이였거나 문제아였지만 건실하게 성장한 친구들을 봤기 때문에 ADHD를 '철들면 낫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ADHD로 진단 받은 아동의 70% 이상은 청소년기까지, 50~65% 이상은 성인이 돼서까지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낫는다는 생각은 오해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오해는 왜 생길까. ADHD의 주증상은 주의력결핍·충동성·과잉행동 등 세 가지인데 성장하고 '철이 들면서' 다른 증상은 남아 있는 반면 과잉행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참을성이 없을지언정 과잉행동은 하지 않으니 철들면서 나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철들면 낫는 병'이라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아이 아빠와 상담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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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ADHD는 치료를 늦게 시작할수록 효과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환자나 보호자의 치료 의지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을 인지한 뒤 병원을 찾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수년에 이른다.

또한 치료가 늦어지는 문제는 단지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치할수록 왕따·학습장애 등으로 이어지고 소아 우울증, 탈선, 약물남용으로 악화될 확률이 크다는 측면에서 의사들의 안타까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우리 아이가 철들었네.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이 치료의 임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최소한 2년간 지속적인 치료를 받은 후 치료 중단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ADHD를 철들면 낫는 가벼운 병으로 생각하는 아버지들이 의사와 상담 없이 치료를 중단하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약물 중단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아는 전문의와 상담해 결정해야 한다.

ADHD 치료는 부러진 팔의 석고붕대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기 전에 중단하는 것은 그간의 노력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들 수 있다.

ADHD는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치료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 들면서 치료가 어려워진다. 부모들의 잘못된 오해와 편견으로 아이들이 건강한 소아기·청소년기·성인기를 맞이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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