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부규제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사회적 요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진입규제는 과당경쟁 방지, 토지규제는 부당산 투기억제, 공장설립규제는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가 가장 큰 규제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또 공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내부적으로는 직무의 전문성이나 자신의 가치관 보다는 상사의 지시가, 외부적으로는 국민의 요구나 사회적 명분보다는 정치적 요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결과는 전경련이 8일 중앙·지방공무원 20명, 정당 정책위원 15명, 교수·연구위원 11명, 기업인 19명 등 총 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우리나라 규제의 도입과 명분」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공무원 조직내에서 직무수행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상사의 지시가 3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직무의 전문성(24.6%), 조직내 분위기(19.8%), 공무원 자신의 가치관(14.1%) 순이었다.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요인으로는 정치적 요구(41.9%)가 가장 크게 작용했으며, 이어 국민의 요구(27.1%) 사회적 명분(23.8%) 외국의 압력(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의 규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응답자의 93.9%가 「규제가 많은 편」또는 「매우 많다」고 응답, 지속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행정이 규제위주로 흐른 배경에 대해 정치·사회적으로는 관(官)주도의 경제개발 때문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고, 문화적으로는 권위주의때문이라는 응답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규제의 유형별 명분으로는 진입규제에 대해선 「과당경쟁 방지」가 36.2%로 가장 큰 이유였으며 다음으로 「시장실패방지」(25.0%), 「경쟁력 집중억제」(20.0%) , 「중소기업보호」(18.0%) 등의 순이었다. 가격규제의 명분으로는 「물가안정」이 49.1%를 차지했고 「소비자보호」(28.4%), 「시장실패 방지」(16.9%), 「농어민 생산자보호」 (5.6%) 등으로 나타났다.
여신규제의 명분은 「편중여신 억제」가 30.5%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으며 「통화관리」, 「경제력 집중억제」, 「기업재무구조 개선」, 「기업전문화 유도」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토지규제의 명분은 「부동산투기 억제」가, 공장설립 절차규제는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가, 건축·건설 규제는 「도시계획」이 가장 큰 명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규제가 경제논리보다 정치·사회적 요구에 좌우되고, 관주도의 경제개발이 행정을 규제위주로 흐르게 한 만큼 근본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