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北리스크' 언급하며 당연한듯 기준금리 동결했는데…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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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없는 하루'였다. 지난달 금리 인상이라는 의무방어전을 치른 탓일까. 9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대사'를 앞두고도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금통위 회의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금융시장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내년 인상 시기와 인상폭에 집중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립적인 기준금리로 4% 제시했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경제성장세 4%대 유지할 것"=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김 총재)"며 시장에 보낸 금리 동결 시그널을 실천에 옮긴 셈이다.
한은은 또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금리 동결 배경에 추가했다.
경제성장세가 상반기보다 다소 둔화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완화된 상황에서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추가돼 금리를 손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한은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총재는 "10월 산업생산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가 불안하지만 이는 계절조정 등 기술적인 문제에 기인한 탓이 크다"며 "내년에도 4%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 중립금리 4% 제시"=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예측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IMF가 한국의 중립적인 기준금리로 4%로 제시했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것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9월 일부 금통위원들이 중립금리로 제시한 숫자와 같다.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4% 안팎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속도인데 한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4.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통상 징검다리식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온 기존 관례를 볼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인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것도 금리 인상에 부담이다.
◇내년 3.5%까지 인상될 듯=전문가들은 내년 경제가 상저하고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반기 한두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한 뒤 하반기부터 인상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개월에 한 차례씩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3.5%까지 인상이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전 기준금리가 5%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금리 수준은 비정상적으로 낮다"며 "세계 경제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한은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