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감산에 가격 인하까지…"가능한 방법 총동원"

북미지역 수출의존 높은 전자·자동차는 이미 비상상태<br>철강·유화도 몸살…수출·내수 동반부진에 갈수록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으로 수요가 급감해 국내 주요 산업마다 재고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북미 지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자ㆍ자동차는 이미 비상상태에 접어들었고 감산 등을 통한 생산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지표로도 이 같은 재고증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의 영향이 덜했던 3ㆍ4분기 생산활동 동향에서도 재고지수는 136.7로 전월비 3.0%포인트 올랐고 제조업의 재고율(재고/출하비율)도 115.1%로 5.2%포인트 급등했다. 4ㆍ4분기의 경우 재고 증가율이 이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사실상 재고와의 전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전자업계 “가능한 방법 총동원”=삼성전자의 티후아나 공장 근무 조정과 연말 휴무 검토는 생산량을 근본적으로 조절해 재고를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세계 정보기술(IT) 선도기업인 삼성전자조차 생산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시황이 나빠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현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2월 초 열리는 미식축구 로즈볼 경기 특수 등을 겨냥해 재고물량을 많이 쌓았는데 서킷시티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유통채널이 막힌 상황”이라며 “지난 10월 이후 판매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LCD 패널에 대해 계절적 요인을 들어 5%가량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공급망관리시스템(SCM)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재고량을 20%가량 줄일 계획이다. LG전자 등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피가 큰 가전의 경우 관리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제품 관리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자산 평가손이 나기 때문에 각 사마다 재고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통 채널인 서킷시티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등 글로벌 유통회사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LG전자는 10주 안팎인 완성품 보관기간을 15%가량 단축해 이익을 보전하기로 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액기준으로 1조5,000억원까지 갔던 재고물량이 올해에는 1조원 미만으로 줄었다”며 “철저한 재고관리로 손실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부 가전제품을 할인 판매하면서 재고물량 최소화에 나섰다. ◇자동차, 생산 라인 ‘스톱’=현대차는 10월 미국시장에서 2만820대를 판매했다. 9월 2만4,765대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누적됨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앨라배마 공장에 대해 매주 금요일 휴무를 결정한 데 이어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는 업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자구책을 냈다. 오는 12월22일부터 8일간 부평과 군산ㆍ창원 등 모든 공장이 일시에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것. GM대우는 10월 내수판매가 8,389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5% 줄었고 수출은 6만4,791대로 11.5%나 감소했다. GM대우는 자동차 판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1~2월, 최악의 경우 3월까지도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마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유럽 주문량이 줄자 이달부터 하루 1시간씩 잔업 중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월 1,000~1,500대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감산 움직임은 현재의 재고물량 해소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재고물량에 대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철강ㆍ유화도 몸살=수요급감에 따라 이미 감산에 돌입한 철강업계는 넘치는 재고에 가격까지 내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건설용 철강제품 생산을 줄인 데 이어 가격도 인하했다. 그러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철근ㆍ형강 등의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가격인하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현재 가격에 사지 않으려고 하면서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감산을 하지 않겠다던 포스코는 스테인리스 시장 침체로 감산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제강ㆍ압연공장에 대해 생산라인별로 순번휴무제를 도입해 근로자들을 1~2일씩 쉬게 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재고의 수렁에 빠졌다. 특히 액체 상태인 스티렌모노머(SM) 등 화섬원료는 저장 탱크가 부족해 감산과 가동중단이라는 극약처방밖에는 답이 없는 상태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체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은 야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액체 제품은 손을 쓸 수가 없다”며 “어떻게 하든 제품을 시장에 밀어내야 하는데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현재 유화업계에는 제품 재고뿐만 아니라 기초원료인 나프타 재고도 문제다. 문제는 이 나프타가 톤당 900~1,000달러선이던 2~3개월 전에 확보해놓은 물량이라는 점이다. 현재 나프타 시세는 톤당 300달러선이라 어떻게 하든 비싸게 사둔 기존 원료를 소진해야 하는데 제품수요가 급감해 원료와 제품 재고가 동시에 쌓이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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