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의 수렁에 한층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통화가치가 폭락해 물가상승률이 100% 가까이 치솟으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사고 있다.
CNBC는 환율정보 제공 업체 달러투데이닷컴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암시장에서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 가치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달러당 300.72볼리바르까지 떨어졌다고 15일 보도했다. 1월의 173볼리바르와 비교해 통화가치가 42.47%나 급락한 수치다.
현재의 암시장 환율은 통화당국이 발표하는 공식 환율(1달러당 6.3볼리바르)과 약 50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2003년부터 고정환율제를 채택했으나 경제력 격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신뢰를 잃었다.
볼리비아화 가치 급락은 국내에 제조업 생산공장이 없어 생필품 대부분을 수입하는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도 올렸다. 지난달 28일 엔리케 카프릴레스 야당 대표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4월까지 물가상승률이 50%에 달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6.3%나 치솟았다"고 주장했다. 1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베네수엘라의 올해 경제가 7% 후퇴하고 인플레이션율은 96.8%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CNBC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약세가 베네수엘라 통화가치 폭락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총수출의 95%를 원유 판매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유가 하락은 경제불안을 야기하고 정부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져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초래했다. CNBC는 그나마 3월부터 국제유가가 급반등해 현재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했으나 베네수엘라 정부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유가가 낮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유가가 치솟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볼리비아가 디폴트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위기는 전적으로 유가 하락에 기인한다"며 "최근 유가의 부분적 회복에도 디폴트 위기는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