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맨'에서 'QPR(퀸스파크 레인저스)맨'이 된 박지성(31)이 10일 팀 훈련에 합류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동남아시아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일정으로 현지 팀과의 친선 경기를 통해 2012~2013시즌의 밑그림을 그리고 아시아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는 무대다. 아시아 최고 스타 박지성으로서는 자신의 인기를 눈으로 확인시키는 한편 빅 클럽 출신다운 기량을 뽐낼 첫 번째 기회이기도 하다.
QPR 데뷔전에 쏠리는 최대 관심은 박지성의 포지션이다. 맨유 시절 "여러 개의 폐를 가진 것 같다"는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박지성은 사실 크게 포지션에 얽매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주 포지션인 측면 미드필더로 나왔을 때 활동량이 많았다. 문제는 QPR의 취약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라는 점. 2ㆍ3부 리그를 전전하다 지난 시즌 1부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복귀한 QPR는 경기를 조율하는 구심점이 마땅찮아 고전했다. 강등 위기에 처했다가 17위로 가까스로 턱걸이해 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 아델 타랍이라는 모로코 최고 유망주가 플레이 메이커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지난 시즌 활발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EPL 무대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현재로서는 박지성이 타랍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지성은 맨유 시절 '수비형 윙어'로 명성을 날리면서도 간간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무난하게 공격을 지휘했다. 국가대표 시절에도 박지성은 중원을 책임졌다.
QPR는 그렇다고 측면 미드필더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숀 라이트필립스와 제이미 매키 정도가 간판이지만 놀라운 주력에 비해 세밀함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앙 미드필더를 전공으로 하면서 상대팀에 따라 측면으로 이동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그려볼만한 이유다.
마크 휴즈 QPR 감독은 지난 9일 박지성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맨유에서 기름을 잘 친 기계의 부품이었지만 이제는 보다 강한 임팩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맨유에서 자주 벤치를 지켰던 박지성은 이제는 벤치를 그리워할 만큼 붙박이 주전으로 '풀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장 완장을 찰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 팀 내 위상 자체가 확 달라진 만큼 맨유에서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접고 골에 욕심을 내도 좋을 멍석이 깔린 것이다. 맨유에서 7시즌 동안 총 27골을 넣은 박지성은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이 아직 없다. 2010~2011시즌의 8골이 EPL 입성 후 최다 기록이다.
한편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10일 경기도 수원의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QPR 입단 배경을 밝혔다. 박씨는 "맨유에 남아 버리는 선수처럼 취급되면 선수로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선수 한 명을 위해 감독과 구단주가 한국까지 찾아와 설득하는 모습을 보고 QPR로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과 중동에서 온 제의는 본인이 거절했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안지와도 얘기가 있었는데 조건이 안 맞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