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 비교공시가 하루 만에 '엉터리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은행에서 신용등급별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인데 소비자 알권리 강화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은행별 대출 가산금리에 금리오류가 발견됐다. 신용등급이 우수한 고객이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 받는 불균형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산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4등급에 대해서는 6.31%(신용대출 기준)의 금리가 책정됐는데 6등급은 5.86%의 금리가 적용된다. 신용등급이 2단계나 떨어지는데도 이자는 오히려 0.45%포인트를 덜 낸 것이다.
경남은행도 5등급에 대한 대출금리가 6.69%인 데 반해 4등급은 이보다 0.11%포인트 높은 6.80%가 책정됐다. 제주은행 역시 1~3등급은 6.31%의 금리가 적용되는 반면 4등급(6.01%)과 6등급(6.25%)의 금리는 이보다 더 낮다.
이들 은행과 달리 대다수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에 비례해 적용금리가 높아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1~3등급(4.94%)-4등급(5.38%)-5등급(6.10%)-6등급(6.86%) 순으로 금리가 점진적으로 높아졌다. 신한은행도 최소 4.36%에서 최대 9.75%까지 등급에 따라 금리가 순차적으로 매겨졌다.
일부 은행에서 금리오류가 발생한 것은 그만큼 금리산정 체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등급 분류다. 은행별로 신용등급 체계가 다른 것을 감안하지 않고 1~10등급으로 기계적으로 분류해 통계의 오류가 발생했다. 내부적으로 15단계의 신용등급 분류체계를 적용하는 은행이 보고기준인 10단계에 맞춰 금리를 분류하면 은행 간 형평성이 깨질 수밖에 없다.
은행별로 천차만별인 대출취급금액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금리오류의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은 1~6등급까지 모든 대출을 취급하는 반면 지방은행이나 외국계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이 찾는다. 그렇다 보니 은행마다 등급별 대출취급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이 우수한 고객이 오히려 높은 금리를 적용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은행을 주로 찾는 저신용자들에게 지점장 전결로 금리감산을 해주면 신용등급 우수자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 지나친 가산금리 책정으로 비판을 받은 SC은행의 경우만 해도 고신용자가 아닌 저신용자를 대출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어 가산금리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각기 다른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가산금리 공시를 하다 보니 통계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며 "현재의 비교공시를 맹신하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