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대게의 고장 울진, 바다 가득 '붉은 햇살' 입안 가득 '꽉찬 속살'

■ 맛집-왕돌수산

온전히 물에만 쪄내도 감칠맛에 담백함 별미

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 황금울진대게공원에 설치된 대게 조형물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다.

대게의 다리 마디를 비틀어 꺾은 후 잡아당기자 탄력 있는 속살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삶아 놓은 붉은대게(위쪽)와 대게(아래쪽).

오전9시 후포항 공판장에 4~5일간 독도 근처 먼바다로 나갔던 어선들이 돌아와 붉은대게를 쏟아내고 있다.

먼바다서 건져올린 대게들 위판장에 일렬종대 '진풍경'

겨울동안 통통하게 살올라… 2월말~3월이 가장 맛 좋아


후포항선 2월 말 대게 축제


식당주인 임효철씨가 대게 두 마리와 붉은대게(홍게) 두 마리를 수조에서 건져냈다.

이리저리 기어 다니려고 버둥대던 놈들을 뒤집어 놓자 네 마리의 갑각류는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크기를 가늠하고 색깔을 살피면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는 동안 놈들은 하늘을 향해 배를 드러낸 채 얌전히 포즈를 취해줬다. 이들 네 마리는 모든 울진 대게들을 대표해 돈 한 푼 받지 않고 모델로서 본분을 다했다. 그럼에도 인정머리 없는 인간들은 세상 마지막 길을 떠나는 게들을 보며 그저 침만 삼킬 따름이었다. 식당주인은 네 마리의 갑각류를 찜통에 찌기 위해 양손에 두 마리씩 나눠 들고 밖으로 나갔다.

15분쯤 지났을까. 조금 전까지 같은 하늘 아래 육지와 물속에서 하느님의 피조물로 함께 삶을 영위하던 생물들은 배고픈 포식자와 조리된 음식의 자격으로 상 위에서 다시 만났다.

기다란 다리를 하나 떼어 들고 마디를 비틀어 꺾은 후 잡아당기자 탄력 있는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들은 불경스럽게도 이번에는 먹는 음식으로 전락한 가여운 영혼에 다시 카메라를 들이대고 한동안 셔터를 눌러댔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김이 사그라들자 인간들은 게 다리를 잡아 뜯어 속살을 빼내면서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했다.

"후루룩" "쩝쩝" 먹는 소리가 멎으면 잠시 후 "쪽쪽" 게 다리를 빨아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온전히 물에만 쪄낸 대게와 붉은대게는 그 자체의 속살 안에 있는 감칠 맛만으로도 어떤 조미료 못지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게는 칼슘·인·철분·라이신·아르기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단백질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수도권에서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자치단체인 경상북도 울진군을 찾은 것은 오는 27일부터 3월1일까지 울진 후포항 한마음광장 일원에서 열리는 '울진 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미리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기자를 머나먼 울진까지 불러 내린 게 삼총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우선 대게는 삶기 전의 색깔은 흑갈색이며 삶은 후에는 분홍색을 띤 주황색으로 바뀐다. 다리 모양이 대나무와 비슷해 '대게'라고 불리는데 연안의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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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홍게로 알려진 붉은대게는 대게에 비해 짙은 주황색을 띠고 있다. 삶은 후에도 붉은빛을 유지한다. 수심 700~1,200m의 울릉도·독도 등 먼바다에서 잡아온다.

청게라고 불리는 너도대게는 수심 400~1,200m의 바다 속에서 살고 있는데 대게와 붉은대게의 잡종이다.

대게는 경상북도 이북의 동해안에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함경북도 연안의 차가운 바다 속에 많이 살고 있다.

후포항 왕돌수산의 임효철 사장은 "12월부터 살이 오르는 대게와 붉은대게는 설이 지난 직후에 가장 맛이 좋다"며 "4월부터는 살이 빠지고 맛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게는 탈피할 때마다 성장하는데 수컷은 딱지 직경이 최대 19㎝, 암컷은 12㎝까지 자란다. 이 정도까지 자란 대게는 박달게라고 불리며 게 중의 게로 인정받아 최고의 가격에 팔린다. 암컷의 수명은 10~12년이며 수컷은 13~16년까지 사는데 수컷이 14㎝까지 자라려면 10년 정도가 소요된다.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개월간 어획이 가능한 데 비해 붉은대게는 7~8월 2개월간을 제외하면 연중 어획이 가능하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잡는 기간이 짧은 대게가 비싼 편으로 붉은대게의 1.5배 정도다. 날마다 경매를 통해 값이 결정되는 대게는 일정한 가격이 없다. 그날그날의 경락가격이 판매가격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튿날 오전9시 후포항 공판장에는 4~5일간 독도 근처의 먼바다로 어로를 나갔던 어선들이 돌아와 붉은대게를 쏟아냈다. 대게가 동해안에서만 잡히고 겨울이 제철인 것은 영상 3도 정도의 찬물에서 잘 자라는 까닭이다.

경매가 한창이던 시간, 70톤급 중형어선 명윤호의 붉은대게를 하역하고 있던 박동호 사무장은 "울릉도 근처에 나가 홍게를 잡고 5일 만에 돌아왔다"며 "아직은 철이 일러 만족할 만한 어획량은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맛집=왕돌수산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여객선터미널 내에 있는 왕돌수산은 인근의 다른 식당과 다를 바 없는 횟집이지만 겨울에는 대게찜으로 유명한 지역 맛집이다.

이 집 수조 안에는 대게와 붉은대게가 가득 차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바글거리고 있다. 이 집의 메뉴판에는 대게의 값이 적혀 있지 않다. 임효철 사장은 이에 대해 "게 값은 배가 들어오는 날 출하량에 따라 경락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요즘에는 대게의 경우 딱지 직경이 11~12㎝ 정도면 2만5,000원, 같은 크기의 홍게는 1만5,000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경이 14㎝ 정도 되는 큰 놈은 가격이 9만원을 호가했다. (054)788-4959

/글·사진(울진)=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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