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하모닉이 오늘 저녁6시에 갖는 평양공연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의 공연인데다 6ㆍ25전쟁 이후 처음으로 250여명에 이르는 미국인이 평양을 방문했다는 것만으로도 빅뉴스다. 게다가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연주되고 MBC가 무궁화위성 5호를 이용해 리얼타임으로 생중계하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동토를 녹이는 선율이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를 기원한다.
‘역사적’이라고 할 만한 ‘뉴욕필’의 평양공연은 미국과 중국이 수교의 물꼬를 튼 지난 1971년의 ‘핑퐁 외교’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석한 미국선수단을 중국이 초청함으로써 수교의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북한 핵 신고문제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라 뉴욕필의 ‘오케스트라 외교’가 북핵 협상은 물론 수교의 돌파구가 될지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 관영매체도 공연 사실을 알리는 등 분위기가 좋다는 점에서 문화교류를 통한 양측의 신뢰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정치협상보다 체육 및 문화교류가 핑퐁 외교처럼 효과가 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더욱이 이번 뉴욕필의 평양공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얼굴을 내밀 것으로 보여 문화행사를 뛰어넘은 교류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해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어차피 남북한 관계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케스트라 외교를 통한 미국과의 문화교류 등 북한의 변화 조짐이 반갑기만 하다. 북한도 오케스트라 외교라는 선율을 타고 세계로 나가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번 뉴욕필 공연을 과거처럼 ‘선군외교의 승리’라느니 ‘미국이 김 국방위원장에게 경의를 표했다’느니 해가며 체제단속 및 선전에 이용한다면 이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이제 싹이 튼 문화교류 등을 통한 신뢰구축 희망도 더 이상 바라기 어렵게 된다. 뉴욕필이 연주하는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처럼 북한은 이번 공연을 개방ㆍ개혁을 통해 세계무대로 나가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