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강한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원자재와 곡물 등 상품시장이 다시 끓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기대감이 앞서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로 읽혀진다. 게다가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완연하게 가시면서 안전자산보다 고수익을 좇는 투자패턴, 달러 약세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에다 일부 투기수요까지 가세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품가격이 실물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당분간 상승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상품시장이 과열될 경우 경기회복에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3일(현지시간) 26개 상품가격으로 산정되는 UBS-블룸버그 CMC지수는 지난주 말보다 3.85% 오른 1,166.0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관측통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올 2ㆍ4분기에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고 있고 제조업지수 등 각종 지표도 시장 전망치를 웃돌자 경기회복 여부를 반신반의하며 상품시장에 대한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수익률 게임에 뛰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저금리로 향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점도 상품시장으로의 쏠림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중질유 9월물 기준)는 3% 오른 배럴당 71.58달러로 마감, 7주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구리도 4.4% 급등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가인 파운드당 2.7385달러로 치솟았으며 천연가스와 아연도 각각 10%, 5.4% 올랐다. 곡물시장의 상승세도 무섭다. 뉴욕상품거래소(NYBOT)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설탕 가격은 가뭄 등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감으로 3년 만에 최고인 파운드당 19.14센트를 찍었다. 대두도 4.9% 오른 부셸당 10.30달러를 기록해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마크 슐츠 노스스타 상품투자 부사장은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경기를 반영하는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등 상품시장의 주변 여건이 투자에 우호적”이라며 “당분간 매수(Buy) 심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라인 테너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제조업 경기가 확장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구리 등 금속 가격은 오는 2010년 하반기까지 강세를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경기 회복을 자신하기는 일러 상품가격의 강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미국의 2ㆍ4분기 소비는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의 여파로 전분기 대비 -1.2%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0.5%)를 밑돌았다. 특히 원자재 시장이 과열될 경우 글로벌 경제가 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랜시스코 블란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스트래티지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감당할 만한 유가 수준은 배럴당 70~80달러”라며 “만약 유가가 이를 넘어설 경우 글로벌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시장이 또 한 차례 하락추세로 반전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원자재 재고가 우려된다”며 “하반기에 이에 따른 가격조정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