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위안화 절상 못끌어내 마찰 지속 불가피

■ 美·中 전략대화 결산<br>외국계 은행에 '위안화 신용카드' 발급 허용<br>외국투자가에 주식배정 300억弗로 늘려<br>환경관련 상품 관세·비관세장벽 폐지·축소<br>여객기 운항 횟수 2012년까지 2배로 확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폐막한 제2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 대해 미국은 위안화 절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미흡하다는 입장이고 중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함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폐막 연설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이번 대화에서 중국 측이 보여준 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한 것은 중국에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다. 이에 대해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는 “제재나 위협보다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중국의 거부에 미국 산업계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미 의회가 대중국 보복법안을 준비하고 있어 양국간 마찰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개방에 합의=지난해 말 베이징에서 열린 제1차 전략경제대화와 달리 제2차 대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만리장성처럼 닫혀 있던 중국 금융시장에 개방의 물꼬를 텄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올 하반기 외국 증권사의 진입장벽을 없애고 합작회사를 포함한 외국 증권사 영업인가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외국 기관투자가에 대한 주식배정 물량을 1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끌어올리고 지난 1년간 끌어온 외국 손해보험사들의 지점에서 자회사로의 전환 요구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외국계 은행의 위안화 신용카드 발급도 즉각 허용하기로 하는 등 증권ㆍ보험ㆍ은행 등 금융 분야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시장개방을 점진적으로 허용하는 성의를 보였다. 에너지ㆍ환경 분야에서도 환경 관련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기로 합의했으며 첨단 석탄기술의 상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승객 수송용 민간항공기의 하루 운항편수를 오는 2012년까지 2배로 늘리고 2011년까지 양국간 화물기의 운항횟수에 대한 정부의 모든 규제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하기로 입장을 바꾼 데는 미 의회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는 미국 행정부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과 함께 향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율ㆍ통상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위안화 절상은 원칙적 정리=미국은 이번 전략대화에서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지만 위안화 절상에 있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중국은 양국간 무역구조 불균형을 인정해 금융 등 특정 산업에 대해서는 양보할 용의가 있지만 위안화는 중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인 만큼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중국 국내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 상향 조정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州) 중국 인민은행장이 “우리는 계속 환율을 개혁하고 위안화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원칙을 따를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처럼 위안화 유연성을 둘러싸고 타협의 여지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가파른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미 의회의 ‘반(反)중국’ 목소리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국간 환율 및 통상마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화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속도에 불만을 품어온 미 의회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라며 “불충분한 양측의 합의사항은 중국의 느린 행보에 압박을 가하려는 미 의회에 더 큰 힘을 실어주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는 위안화 약세로 인해 사실상 보조금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법안 상정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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