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전망서는 유망 성장직업과 함께 신생직업 20개도 소개하고 있다. 웹마스터·사이버 기상캐스터·조향사·캐릭터 앰디·베타테스터등 듣기에도 생소한 직종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지식 정보화 진전과 의료 복지 문화관련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생긴 새로운 직업들이다. 앞으로 잘 나갈 직업이 이런 것이니 여기에 맞춰 준비를 하라는 것이 보고서 발간의 취지일 것이다. 실업난속에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고용구조의 모순에 대한 반성의 뜻도 담겨있어 보인다.보고서를 보면 새로운 직업들도 많지만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펀드매니저 교사 조리사등 전통적인 인기직종들도 여전히 유망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오히려 기존의 전문직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신생직업들이 귀에설게 들리는 것도 해당분야의 철저한 전문성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21세기는 전문가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 시대는 오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IMF사태는 전문가양성의 필요성을 절감케했다. 환란의 와중에서 정부내 변변한 국제금융전문가가 없었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행정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공무원의 전문성이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기업들도 별로 나을 것이 없다. 환란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 된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부실경영은 전문성 결여와 무관하지 않다. 오너와 은행장들이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단적인 투자 및 대출결정을 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독단경영의 결과는 국민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남겼다.
정부와 기업 못지않게 전문직업인의 직업윤리도 별로 내세울 것이 못된다. 일부 고소득 전문직종이 월급장이 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는 것은 지탄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개혁을 부르짖다가도 자기업종이나 직업의 개혁에는 반발하는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자격증이 필요한 전문직종의 경우 선발인원확대 및 협회설립자율화 등에 반발하며 기득권지키기에 급급한 경우도 있다.
전문가시대에 걸맞는 의식수준과 준비자세는 크게 미흡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래서는 희망찬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 이미 전문가시대에 들어간 선진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우선 정부부터 행정서비스의 전문성강화가 시급하다. 우수공무원을 선발, 전문가로 키워야한다. 일부 부서에서 시작된 전문영역별로 보직배치를 다른 부서로 확대해야한다.
기업은 프로정신으로 무장된 전문가를 우대하는 것이 긴요하다. 정리해고제와 연봉제의 도입으로 전문가양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평생직장은 없어지고 평생직업만 남게됐다면 과거처럼 직장에 대한 충성만 요구할 수는 없다.직원들을 전문인으로 키워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발전으로 연결되도록 해야한다. 기업들은 핵심인력을 가신그룹에서 전문가그룹으로 바꿔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IMF사태이후 자격증취득붐이 일고 있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만큼 구조조정의 한파에 맞서 취업희망자나 근로자들이 자격증을 가지려는 것은 전문화시대 정착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시장은 아직도 유연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용조정이 더 쉬워지도록 해야 전문인력양성에 더 도움이 된다.
전문직업인들은 사회적 지위와 안정적인 대우를 받으려면 건전한 직업윤리와 봉사정신을 갖춰야한다. 전문가들이 자기직업 이기주의에 빠지면 경제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학벌은 높으나 전문가는 못키우는 교육제도도 개혁해 전문가시대의 도래에 대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