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바람 멎고 “당분간 쾌청” 예보

뉴욕 월가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나 유프라테스 계곡에 포연이 멎었다. 미국에 대한 테러도 없었고, 테러 경보도 낮아졌다. 더욱이 전쟁으로 인해 수익이 극심하게 떨어질 것으로 우렸던 상장기업의 1ㆍ4 분기 경영실적이 `썩 괜찮게` 나왔다. 1ㆍ4분기 S&P 500 기업의 예상 평균 수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텔ㆍIBMㆍ마이크로소프트ㆍ모토롤라등 정보기술분야의 선두주자들의 수익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정보통신(IT) 분야의 경기사이클은 거시 경제의 경기 사이클에 선행한다. 전쟁과 아시아의 호흡기성 괴질로 세계 경제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기술주의 경영실적이 선전한 것은 경기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복이 더디지만 미국 경제에 최악의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뉴욕 증시엔 `황소(bull)`가 `곰(bear)`을 눌렀다. 그 비율은 7대3 정도였다. 거시 지표가 악화됐지만, 기업 수익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자세가 팔자세를 상회한 것이다. 지난주 부활절 전날의 휴일(굿프라이데이)로 뉴욕 증시가 4일 개장한 가운데 나스닥 지수는 무려 4.9% 상승했다. 기술주들의 실적 호전 때문이었다. 지난주 다우존스 지수는 1.6%, S&P 500 지수는 2.9% 상승했다. 지난 주에 시작된 어닝시즌 (earning season)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주도 지난주만큼의 기업 실적이 공개된다. 두 주 사이에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은 S&P 500 기업의 3분의2에 해당한다. 이번주 역시 상장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긍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뉴욕 증시가 바그다드 함락 이후 일단 상승세로 방향을 돌렸다. 전쟁과 경제의 뉴스가 모두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금주중 방향을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불리시(bullish)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올라갈수록 역풍이 거세지고, `곰`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는 채권 시장과 석유, 금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주엔 미국 국채(TB) 가격이 상승해 10년 만기 TB의 수익률이 3.98%에서 3.96%로 하락했고, 유가는 배럴당 28달러에서 30달러로 올라갔다. 상황이 어려울 때 도피처로 이용되는 금 시장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났다. 아직은 월가의 봄 날씨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금과 채권시장으로 도망갔고, 국제 유가의 상승은 기업 수익을 저해한다. 하지만 이번주 뉴욕증시를 긍정적으로 기대케 하는 요소들도 많다. 첫째, 뉴욕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엔 증권 펀드에 58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는데, 이 규모는 거의 1년만의 일이다.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주식투자자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 둘째,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시장불안지수(VIX)가 25로 하락했다. VIX 지수는 올들어 30~40 사이의 박스권을 움직였는데, 이 지수가 뚝떨어졌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이고,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점칠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거시 경제지표는 악화돼 있다. 주간단위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늘어나 고용시장의 얼음은 아직 녹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FRB)이 발표한 미 동부지역 제조업 지수도 악조건이다. 이번 주 발표되는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나올지 주목된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2.0~2.3%대의 견실한 성장을 예측하고 있지만, 이 수준은 미국의 잠재성장률 3% 아래다.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회복할 경우 주식시장엔 긍정적 뉴스가 될 것이다. 이번주에는 ▲경기선행지수(3월) ▲내구재 소비(3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4월) ▲신규 주택 착공 및 기존 주택 거래건수(3월)등이 발표된다. 전쟁 이전의 통계는 괘념치 않을 수 있는 과거지사이지만, 4월 소비자지수는 전후 미국인들의 소비 성향을 재는 척도이므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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