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9일 조회공시 요구 답변을 통해 미국의 검색포털 라이코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다음은 라이코스의 모 기업인 스페인 인터넷기업 테라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인수 대금은 대략 7,500만 유로(한화 1,000억원)선 에서 잠정적인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다음의 주가는 이 같은 소식이 악재로 인식되면서 급락했다.
◇인수의지는 확고한 듯=자금력, 시장 구도 등을 종합해보면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올 초부터 해외 인터넷 사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며 M&A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재웅 사장도 최근 900억원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 “하반기 검색 브랜드와 기술, 쇼핑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라이코스가 아직 적자지만, 영업은 점차 호전되고 있다”며 “국내시장 성숙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던 다음이 매물로 나온 라이코스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즉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라이코스 인수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전문가들은 인수 여부가 아직 유동적인 만큼 조심스런 입장이다. 하지만 인수 확정되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엄청난 자금 규모가 부담이다.
시가총액이 대략 4,000억원인 라이코스를 인수하는 데 당장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 데다, 인수 후 대규모 마케팅 비용 등으로 추가 자금 투입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적이 부진한 라이코스의 지분법 평가 손실도 우려된다.
미국 인터넷업계 환경이 한국과 크게 달라 시너지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설사 다음이 향후 합병 등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되더라도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왕상 LG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대금도 많이 들어가고, ‘킬러 콘텐츠’를 갖지 않은 후발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무의미해 인수할 경우 부정적”이라고 평했다.
정우철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다음이 보유한 현금은 1,400억원 정도로 비교적 충분한 편이지만, 최근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의 상환기간이 각각 ▦1년(200억원) ▦2년(500억원) ▦3년(200억원)으로 짧아 부담이다”며 “해외시장 진출이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현금 규모로는 라이코스 인수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