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26일] 한국연구재단에 거는 기대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br>차세대 먹거리위한 투자 나서야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 그리고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통합돼 26일 한국연구재단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연구재단은 약 3조원 규모의 예산으로 학술연구사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한국과학재단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수월성에 비중을 두고 지원정책이 이뤄진 반면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인문사회 분야와 이공계 분야를 아우르는 학문 전분야의 진흥을 도모하면서 보편성을 중심으로 지원정책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재단 간에는 연구지원사업의 중복적 지원, 국제교류사업의 혼선 등 여러 문제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과학의 기초연구 분야와 인문사회 분야의 발전, 타국과의 국제협력 등을 효과적으로 도모하기 위해 세 재단들을 통합, 한국연구재단을 출범시킨 것은 의미 있고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의 출범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학문 전분야를 지원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예산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문 분야의 형평성을 강조하다가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학기술력의 진흥이 위축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과학기술자들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단지 국민소득 증대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선진문화 구축과 같은 국민사고의 선진화, 과학기술력 제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발전과 개선이 있어야 달성될 수 있다. 특히 국가 산업창출을 위해서는 우수한 과학기술력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는 기초과학 발전과 연구 증진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 혹자는 당장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개발응용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의 예를 보면 지난 1960~1970년대에 생명과학 기초연구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한 성과를 지금 수확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세계의 생명과학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바이오산업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기초연구에 투자함으로써 차세대에 창조적이고 다양한 먹거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재단이 그 기반을 만들어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재단은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에 대한 다각적인 홍보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이번에 출범하는 한국연구재단에는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ㆍProgram Manager) 제도가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학술 분야별 전문가를 위촉해 연구과제의 기획ㆍ선정ㆍ평가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연구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시도다. 창의적인 기획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단은 PM에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과학자로서 매우 듣기 거북한 말이 있다. "그런 연구를 해서 뭐 하는데?"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록 지금 대중들에게 주목 받지 못하는 연구주제라 할지라도 미래에 노벨상 연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러한 과제를 PM이 자율성을 갖고 과감하게 발굴해 지원할 수 있는 학술연구지원환경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출범을 맞아 재단이 전문가 그룹을 적극 활용하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기획능력을 제고함으로써 연구사업의 기획 및 관리에 큰 성과를 이뤄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력 제고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