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근로자도 「경쟁력 제고」 앞장서라(경제를 살리자)

◎내몫찾기 앞서 일더하기·임금안정 동참토록위기에 처한 우리의 경제를 살리는데 노사가 따로일 수 없다. 산업현장에서 임금동결과 무교섭·무쟁의 선언, 노사화합을 결의하는 사업장이 부쩍 늘고 있다. 또 토요휴무 반납 등 일 더하기 운동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만을 높이며 사용자측과 심한 대립을 보여온 노동조합들이 이제는 분배에 앞서 고용 안정을 중시하게 됐으며 제품의 생산성 및 품질향상이 경쟁력회복의 지름길임을 새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노동계의 변화는 3월말까지의 임금인상률이 대폭 낮아지고 있는데서도 여실히 입증된다. 3월말 현재 근로자 1백인 이상 대형사업장 중 임금교섭을 마친 3백69개사의 평균임금인상률은 2.7%로 전년동기 6.0%의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임금을 동결키로 한 기업은 대우전자, LG전자, 포철 등 81개사(관리직 등 부분동결 22개사 포함)에 달하고 있으며 무교섭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친 사업장도 효성중공업, 쌍용자동차, 삼성중공업 등 57개사에 이른다. 최근 반월공단 내 성진산업은 법정관리 중임에도 노조(위원장 림병우)가 앞장서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또 자동차부품회사인 태양금속공업은 노조가 앞장서서 원가·생산성·매출 10% 올리기 운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완성차업계가 노동법 개정과 관련, 총파업을 벌이자 노조가 스스로 연월차를 활용, 조업을 단축하는 등 회사의 경영난을 극복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의 섬유노련 대구·경북지역본부는 11개 업체 노조위원장들이 모여 올해 임금동결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회사측에 통보했다. 산별연맹의 지역본부에서 노조가 집단으로 나서 임금동결을 선언한 것은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건설업계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사의 「허리띠 졸라매기」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30분 조기출근, 30분 늦게 퇴근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도 노사불이라는 정신 재무장을 통해 경영난 타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산업현장에는 노사협력 분위기보다는 뿌리깊은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가 잔존해 있다. 비록 큰 희생을 치렀지만 선진적 노사관계의 토대를 마련키 위해 노동법도 개정됐다. 올해의 임단협은 개정노동법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 쌍방은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대량실업이 우려되는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근로자들은 무엇보다 기업이 있어야 노조가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건강해야만 노조의 힘도 커지고 경제위기도 극복된다.<최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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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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