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통증은 중요한 신호다. 환자에게는 고통이지만 병을 진단하고 빨리 치료하게 만든다. 차량 계기판의 경고등처럼 무시하면 큰 사고가 난다. 문제는 아무리 검사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있다는 것이다. 한두 곳이 아니라 온몸에 못이 박힌 듯 아픈데도 혈액검사 결과는 정상이다. 겉보기에는 엄살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이 없어 원인을 찾지 못한 것뿐이다. 이처럼 염증(이상진단) 없이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병이 '섬유근(육)통 증후군'이다. 만성 전신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류머티즘 관절염보다 많다. 전체 인구의 2%가 앓고 있고 그 중 90%가 여성환자로 추정된다. 남자에 비해 스트레스에 약하고 근육 양도 적기 때문으로 30~50대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이 병은 삭신이 쑤시고 아파 잠도 못 자고 손발이 붓지만 병명을 몰라 몸 고생, 마음 고생을 하게 한다. 꾀병이라는 오해 때문에 병원을 찾아 병명을 알 때까지 평균 1년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만약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통증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이다.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스트레스와 면역학적 이상, 약물 오ㆍ남용 등으로 체내균형이 깨져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 미세한 자극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기혈의 순환이 막혀 생기는 기체(氣滯)증과 노폐물이 몸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담음(痰飮)을 원인으로 꼽는다. 우울ㆍ불안 등 심리증상은 기체, 전신통증과 소화기 증상은 담음과 관련된 증상으로 만성화되면 기혈이 부족해져 수면장애와 만성피로가 온다. 치료는 기의 순환을 돕고 담음을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기혈을 북돋아주는 한약을 처방하고 인대 힘줄과 근육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추나요법과 침 치료 등을 병행한다. 다만 만성질환인 만큼 완치가 아닌 증상호전을 목표로 삼고 통증이 호전된 후에는 자기관리를 통해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필수적인 치료약 중 하나는 편안한 마음,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 마인드다. 여기에 걷기나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더해져야 한다. 약화된 근육을 풀 수 있도록 일주일에 세 번, 한번에 10분 정도로 가볍게 시작한 후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수면을 방해하는 활동은 피하고 자세가 구부정하면 통증이 심해지는 만큼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척추와 관절이 틀어진 경우는 체형추나 등을 통한 교정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온탕욕을 하면 근육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잘 된다. 과로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술과 카페인은 멀리하고 모과차나 진피차를 가까이 하면 좋다. 온몸이 쑤셔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즐거운 마음으로 치료를 받고 운동하면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