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유통혁명] 제조-판매업체 결제 어음 대신 카드로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에 이용되는 판매전용카드가 어음시장을 대체하고 거래투명화를 통해 탈세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등 유통혁명을 불러올 전망이다.이에 따라 은행과 카드업계는 판매전용카드 시장이 연간 30조~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시범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판매전용카드제란 유통업체나 대리점 등이 회원이 되고 제조업체가 가맹점이 돼 일반 신용카드처럼 물건을 공급받고 결재하면 은행이나 카드업체가 바로 다음날 제조업체에 대금을 지급하고 30~60일(어음기간에 해당)이 지난 후 유통업체 등에 대금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일반 신용카드가 「소비자」카드라면 판매전용카드는 기업들간의 거래에 사용하는 「기업」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유럽·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판매전용카드는 지난달 한미은행이 제일제당과 관련 유통업체들 사이에 협약을 맺어 퍼처싱 플러스 카드(PURCHASING PLUS CARD·PPC)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했다. 제일제당은 현재 서울의 대형 슈퍼마켓 160개를 회원으로 확보해 거래하고 있으며 오는 7월부터는 전국으로, 10월부터는 대리점, 내년에는 백화점·할인점 등으로 회원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제일제당에 이어 OA기기·가구·섬유·의류·식품·제약·학습지 업체 20여개사와 추가계약을 맺으려 협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여개 회사와는 거의 계약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한미은행에 이어 BC카드와 12개 회원은행, 신한은행·외환은행·국민은행 등도 전산개발에 나서는 한편 참여업체를 모집해 상반기 중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BC카드사는 이달초 12개 회원은행 카드업무 관계자들과 모임을 갖고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BC카드사는 전산개발을 담당하고 회원은행들은 참여 제조업체를 물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무자료거래가 많은 업종 등을 제외한 최소 30조~40조원의 판매시장이 이같은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제조업체들은 수금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판매대금을 바로 회수할 수 있어 자금회수율이 높아지고 수금업무를 아웃소싱, 수금사원을 줄일 수 있는 등 매출의 5%나 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나 대리점들도 대금결제가 간소화되고 어음만기시 결제를 하지 않더라도 부도나는 일 없이 연체료만 물면 되며 은행에 신용이 쌓여 우대금리도 적용받을 수 있는 등 이점이 많다. 은행들도 신규 우수기업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연체채권에 대한 담보를 설정,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확산되기까지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 그동안 기업의 여신으로 잡히지 않던 어음이 카드결제로 전환되면서 기업의 총여신한도에 잡혀 제조업체들의 대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또 무자료 거래가 많은 업체들의 경우 세금부담을 우려, 이 제도의 도입을 기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BC카드 관계자는 『기업회계의 투명화를 이루어 탈세를 예방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참여 회원사에 대해 회계감사를 완화해주는 등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환 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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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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